주가상승·거래량 증가 효과에도 삼성전자, 오뚜기 등 초고가株 주주권행사 잡음 우려 등 이유로 “시기상조” 미온적 반응
액면분할(액분)→거래량 증가→주가 상승하는데…. 액분이 능사가 아니라구요?’
주가가 100만원을 웃도는 ‘황제주(株)’의 대표격인 롯데제과가 액면분할을 결정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다른 황제주들도 같은 행보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스스로 몸집을 줄여 유통주식수도 늘리고 주가도 부양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섣부른 기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높은 주가가 곧 기업의 가치’라는 인식이 강한 상태에서 기업들이 황제주를 ‘평민주’로 일시에 탈바꿈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액면분할을 결정한 이후 계속해 주가가 뛰고 있다.
지난 7일 롯데제과는 전 거래일 대비 1.93%(4만6000원) 오른 242만5000원을 기록, 다음날에는 5.77%(14만원) 상승한 256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이날 롯데제과는 장중 한때 276만60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갈아 치웠다. 이른바 ‘액면분할 효과’다.
액면분할은 고액주식의 액면가액을 일정한 비율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분할 이후에도 시가총액은 같지만, 표면적인 주식 가격이 내려가고, 주식수가 많아지면서 거래량이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 액면분할에 나선 기업들은 거래량도 증가하고 주가도 상승하는 즐거움을 맛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액면분할을 공시한 기업 25곳(거래정지 기업 제외)의 평균 주가상승률(액면분할 결정 후~이달 8일) 은 16.40%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의 거래량증가율 평균은 137.05%에 달했다.
올해 액면분할을 결정한 기업이 누린 액면분할 효과는 더욱 두드러졌다. 이들 기업의 평균 주가상승률ㆍ거래량증가율은 각각 20.7%, 460.11%였다.
이론적으로 액면분할은 기업가치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진 못한다.
다만 유통주식수가 늘어나면서 거래가 활발해진 만큼 주가 상승 여력이 높아진 것이라는 해석이 따라붙는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국내 증시 활성화를 목표로 초고가주 기업들을 상대로 액면분할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액면분할을 통한 거래량 증가, 배당확대 정책 등을 통해 침체된 주식시장을 살려내겠다는 포석이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도 ‘주식 거래량 증가→주가 상승→시가총액 증가’라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황제주라는 권위를 시가총액 증가라는 실익과 맞바꾸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가주 순위를 다투는 삼성전자, 롯데칠성, 영풍, 오뚜기, 태광산업 등은 액면분할에 나설 ‘다음 타자’로 계속해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시기상조’란 반응이다.
롯데제과의 액면분할 결정에 따라 롯데그룹주 중 롯데칠성의 액면분할에 눈길이 쏠리고 있지만, 그룹 측은 계획이 없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액면분할과 관련된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고, 현재까지 액면분할을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수차례 액면분할에 나선 애플과 비교당하며 액면분할 대상 1순위로 지적됐던 삼성전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은 “아직은 액면분할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과 관련, 사실상 액면분할이 능사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놓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주식수 확대로 인한 주주 증가에 이어 주주권 행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오너가 소수지분만 가진 기업의 경우 경영권 방어와도 이어지는 문제인 만큼 거부감이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액면분할을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투자자들 때문에 주가나 기업가치가 출렁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기업의 본래 가치를 아는 투자자만이 주식을 사들일 수 있도록 유통물량을 제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SK텔레콤은 과거 액면분할에 나설 당시 경영안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어 액면분할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워런 버핏은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자본을 걸러낸다는 이유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액면분할을 거부하기도 했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높은 주가가 곧 기업의 가치라는 일부 기업의 인식도 액면분할을 꺼리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고가주 유지를 통해 업종 대표주로 자리매김, 선도업체로서 기관투자자를 유치하고 싶어하는 기업이 있다는 점에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액면분할에 나선다고 해서 새롭게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인센티브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다만 일부 기업의 경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주주 친화적인 정책의 필요성 때문에 액면분할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양영경 기자/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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