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비정규직 근로자 10명 중 9명이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도 3배 가까이 벌어졌다. 정부가 고용 정책의 양대 축으로 일자리 창출과 함께 대기업-중소기업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 해소를 강조하고 있지만 개선은 커녕 실태는 더 악화하는 양상이다. 정부가 10일 밝힌 ‘노동시장 해소를 통한 상생고용촉진 대책’도 지금까지 정책을 답습하는 ‘재탕 삼탕’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정부가 이날 밝힌 국내 노동시장 이중구조 현황을 보면 전체 비정규직의 94%가 중소기업에 몰려있고, 대기업 정규직 비중은 10.6%에 불과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는 물론 근속연수 등 고용안정성 면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대기업ㆍ정규직 임금을 100(2014년 기준)으로 봤을 때 중소기업ㆍ비정규직은 34.6으로 격차가 3배 가까이 벌어졌다. 대기업ㆍ비정규직(64.2)과 중소기업ㆍ정규직(52.3)과 비교해도 임금의 차이는 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소기업 내 비정규직들이 근무하는 기간도 짧았다. 평균 근속기간을 보면 대기업ㆍ정규직은 10년 2개월인반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은 4년 4개월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이중구조는 심각한 상황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한국의 저임금 근로자 비중(2012년)은 23.9%로 미국(25.3%)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OECD 평균(16.4%)보다도 높았다. 임금분포를 십분위로 나눠 고소득노동자의 소득이 저소득노동자의 몇 배나 되는지를 측정한 ‘임금 10분위수 배율’도 같은 해 4.6으로 미국(5.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계층 사다리도 여전히 부실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낸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2010)’ 분석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 정규직이 대기업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은 6.6%,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대기업 정규직 전환비율은 단 2.8%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중구조가 심화된 주요 원인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경쟁력과 지불능력의 차이를 꼽았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나 경영혁신이 미흡해 생산성이 떨어진다. 그러다보니 기업 소득이 적어 근로자들은 저임금, 열악한 근로환경에 놓인다는 것이다.
▶알맹이 없는 이중구조 해소 대책= 정부는 정규직 전환 대상을 늘리고, 임금체계도 직무ㆍ성과 중심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우선 정규직 전환 지원금 대상이 기존 기간제ㆍ파견제 근로자를 포함해 보험설계사, 캐디 등 특수형태종사자, 사내하도급 근로자로 확대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기업의 기간제ㆍ파견 근로자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사업주에 대한 전환 지원금을 임금상승분의 50%에서 70%로 상향 조정했다. 정부는 올 상반기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내하도급ㆍ특수형태종사자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직무ㆍ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공공기관에 적용 중인 성과연봉제도 민간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임금 상위 10%의 임원급들의 임금인상 자제도 권유할 계획이다. 원ㆍ하청 간 상생을 위해 원청이 상생협력기금으로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지원할 때 7%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원청이 하청 및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 파견사용 비율 등 고용구조를 감안토록 해 파견직 활용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가 밝힌 대책에는 대기업ㆍ중소기업, 정규직ㆍ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해소와 비정규직 축소 방안, 열악한 중소기업의 근로조건 개선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아 ‘속빈 강정’이란 지적이다. 또 대부분이 지난해 비정규직 대책이나 올해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업무보고와 유사하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그나마 성과는 국내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보다 심각해졌다는 실태를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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