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민상식 기자]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 개막하면서 4대 그룹 사외이사 구성도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번에 선임된 그룹별 사외이사를 살펴보면 공통점과 함께 차이점도 감지된다.
일례로 삼성은 장ㆍ차관급 고위 관료를 중심으로 권력기관과 감찰기관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현대차그룹은 경제ㆍ경영 교수진이 주를 이루면서 협력사 회장을 사외이사는 물론 감사위원까지 세워 논란이 됐다. LG는 법제처장이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등 법조계 인사가 눈에 띄고, SK는 서울지방국세청 청장과 외교통상부 대사 등을 거친 외교통을 재선임한다.
▶사외이사 ‘4社4色’=지난 11일과 오는 18일, 25일 일제히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주주권익 증진과 이사회 의장직을 사외이사에 개방하는 등 사외이사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그동안 사외이사가 회사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하는 독립성을 띠기 보다 회사 이익을 대변해 주는 ‘거수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정기 주총에서도 정ㆍ관계 요직을 두루 거친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인물들이 대거 사외이사로 선임(신규ㆍ재선임)된 것은 되풀이됐다. 기존 관료 출신이 맡던 자리를 비슷한 경력의 인물이 이어받는 ‘돌려막기’ 형태도 여전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온 이유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은 장ㆍ차관 등 정부 고위 관료출신이 많았다. 삼성전자는 박재완(전 기획재정부ㆍ고용노동부 장관)과 송광수(전 대검찰청 검찰총장) 사외이사가 선임됐고, 삼성생명은 허경욱(전 기획재정부 1차관), 호텔신라는 정진호 (전 법무부 차관), 우영호(전 산업자원부 1차관)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삼성 계열사간 사외이사 이동이나 비슷한 관료출신이 전임을 대신하는 사례도 눈길을 끈다. 삼성생명은 올해 3월 11일 임기가 만료된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을 대신해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신규 선임했다. 한편 박봉흠 전 장관은 올해 삼성중공업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차그룹의 사외이사에는 교수진이 포함됐다. 그룹이 직면한 현안과 과제가 무엇인지 가늠케 해주는 대목이다. 현대차는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유재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를 재선임했다. 이유재 교수는 한국 마케팅학회 회장을 맡고 있어 현대차가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 출범과 관련 마케팅 부문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부산지방국세청장 출신인 이승호 씨를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했다. 기존 이태운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전 서울고등법원 법원장), 이병주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공정위 상임위원), 유지수 국민대 총장, 이우일 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임기가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협력사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논란이 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협력사인 협운인터내셔널 마상곤 회장을 재선임했다. 마 회장은 사외이사 뿐만 아니라 감사위원 위원도 겸직한다. 마상곤 회장은 현대글로비스와 입항 수속 등을 이유로 최근 3년간 21억원 거래를 한 내역이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LG그룹은 법조계 인사를 주목할 만하다. LG는 노영보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LG화학은 남기명 전 법제처장을 선임했다. 이밖에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쳤던 안영호 씨가 LG화학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LG그룹은 특히 사외이사가 감사위원을 겸직한 사례가 많았다. LG의 최상태(전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LG전자 이창우(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주종남(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 교수), LG화학 남기명, 안영호 사외이사가 감사위원도 함께 맡았다.
오는 18일 주총이 열리는 SK그룹의 경우, SK텔레콤이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 청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SK는 이용희(한신정 평가 부회장)을, SK이노베이션은 신언 전 주(駐) 유엔대표부 공사를 재선임하고, 김준 (주)경방 대표이사 사장과 하윤경 홍익대 기초과학과 교수를 새 사외이사로 영입할 예정이다.
▶4대그룹 사외이사 평균연봉은?=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이 지난해 3분기 기업 보고서를 토대로 추산한 4대그룹 사외이사 1인당 평균 연봉은 7021만원으로 집계됐다.
4대그룹 가운데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3사(삼성전자, 삼성생명, 호텔신라) 사외이사 연봉이 평균 831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8800만원으로 1위였다.
사외이사 1인당 평균 보수액이 가장 낮은 그룹은 현대차그룹으로 평균 5644만원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과 비교해 3000만원가량 적은 수치다. 현대차가 6666만원, 현대모비스 5333만원, 현대글로비스 4933만원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LG그룹은 6977만원, SK그룹은 7155만원으로 추산됐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이 8133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LG그룹은 LG와 LG전자가 8266만원으로 동일했다. 다만 LG화학이 4400만원(2014년 기준)으로 낮아 평균 보수액을 떨어뜨렸다.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1991년 도입됐을 당시 의도는 기업총수나 경영진의 경영활동을 전문가들이 견제하는 목적이었지만, 권력기관 출신 고위관료나 감시ㆍ감독부처 핵심인사들을 ‘전관예우’격으로 사외이사로 앉히는 관행 때문에 ‘거수기’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경영승계나 주력사업 강화, 신사업 개척 등을 위해 기업이 사외이사를 바람막이나 로비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주총에서 현대차가 주주권익을 보호하고 공정한 기업활동에 대한 의지를 밝히는 차원에서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선포하고 삼성이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 개방하는 것은 이같은 비난여론에 대응한 자구책으로 보이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롯데와 같은 총수일가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도 잘잘못을 제대로 지적하는 사외이사가 나오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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