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서 뜬 진구, 13년만에 ‘돌풍’ “서대영 애틋한 눈빛은 윤명주 덕분” 김지원, 김은숙 작가와 두번째 만남 “밀당없는 직진 윤중위, 나와 달라요”
‘태양의 후예’(KBS2)의 신드롬엔 이 커플이 가진 ‘지분’도 적지 않다. 특전사령관의 딸과 검정고시 출신 상사의 ‘신분의 벽’에 부딪힌 사랑. 애틋하고 절절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서도 외면하는 남자, 외면하는 남자를 떠나지 않고 지켜보는 여자. ‘구원(진구 김지원)커플’이다. 드라마 촬영을 모두 마치고, 시청자로 돌아가 ‘본방사수’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나 ‘구원커플’의 이야기를 들었다.
▶ ‘진구 돌풍’이 다시 분다=데뷔(SBS ‘올인’)와 동시에 ‘진구 돌풍’이라는 수사를 얻은 괴물 신인이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끝나더라고요. 상처도 많이 받았죠.”
숨 죽였던 시간은 길었다. 13년을 기다렸다. “오히려 지금이 더 뜨거워요.” 한국과 중국을 아우른 인기 드라마로 인해 진구(36)는 그 어느 때보다도 주목받고 있다. 표정은 밝지만, 들뜨진 않았다. 농담은 곧잘 하는데, 가볍진 않다. “늘 어딘가에 살아있겠지 싶었던 여성팬들이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왔어요. 하하.”
사랑의 장애물이 너무도 많다. 낯 간지러운 대사들이 드라마를 오갈 때 ‘구원커플’에겐 아픈 기류가 흐른다. 대본엔 ‘만감이 교차한다’고 적혀 있었다. 금세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눈을 하고 여자를 바라본다. “계산된 연기도 생각한 연기도 아니었어요.” 꾹꾹 눌러낸 감정들이 새어나와 아련하고, 애달프다. 그 눈빛 하나에 거친 상남자는 짙은 멜로의 주인공이 됐다.
“멜로와 액션엔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리액션이 필요해요. 때리면 맞거나 피하거나, 상대가 받아줘야 하죠. 멜로 역시 마찬가지예요. 사랑한다고 말하면, 상대가 같이 사랑한다고 하거나 받아주지 않거나…. 그런 리액션이 나와야 하는 거죠. 지원씨와 합이 좋았어요.”
진구의 멜로 연기엔 ‘남자 감성’이 진하다. 인내하는 사랑에 남성 시청자들은 “이게 진짜 남자”라며 환호했다. 그 절실한 감정을 읽은 여성 시청자들은 진구와 서대영을 동일시하기 시작했다.
“제가 생각한 것의 반만 해줘도 호흡이 잘 맞는다고 느끼는데, 주는 대로 베풀어주고, 받은 대로 다시 돌려주더라고요. 교감하며 연기할 수 있었어요. 윤명주가 서대영을 너무나 절실하게 사랑하기에 무뚝뚝한 서대영의 눈빛이 슬퍼보인 것 같아요.”
진구의 멜로연기와 애틋한 눈빛의 일등공신은 김지원이라고 한다. 띠동갑인 두 사람은 같은 길을 가는 동료로서 서로를 의지하고 격려하며 시간을 보냈다. 김지원은 진구에게 연기 고민을 털어놓고, 진구는 어린 후배를 응원하며 호흡을 나눴다.
배우를 하면서 “한 번도 좋지 않았던 때가 없다”고 한다. 상처를 받을 때는 있었지만, “거의 매일 좋았다”고 말하는 눈빛에 확신이 차있다. 길에 대한 고민은 물론 있었다. “내가 이 일을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연기자라는 옷이 잘 맞는 옷인지를 생각했어요.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든지, 대중에게 외면을 받는다면 전 다시 복귀할 자신이 있나 그런 생각도 해봐요.”
‘태양의 후예’를 통해 “전에 없던 관심”을 얻었지만, 조금 더 차분히 현재를 보내고 있다. 다음 목표도 생각한다. “지금 100점 짜리 연기를 했다고, 다음 작품에서 200점 짜리를 보여드릴 순 없을 것 같아요. 대신 101점 정도는 자신있어요. 소폭 상승을 목표로 할게요. 하지만 하락은 없어요. 꾸준히 천천히, 지금처럼만 살고 싶어요.”
▶ ‘김은숙의 뮤즈’ 김지원의 두 번째 기회=‘두 번째 기회’라고 말했다. 도도한 여고생 유라헬(‘상속자들’)은 긴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여군이 됐다. 특전 사령관의 딸, 계급을 뛰어넘은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군의관 유명주. 김지원(24)은 ‘태양의 후예’를 통해 김은숙 작가와 한 번 더 만났다.
“연락을 받고 너무나 얼떨떨했어요. 저한테 오리라고 생각도 못했거든요. 작가님의 연락을 받자마자 5분도 안 돼 결정했어요.”
주인공들의 나이가 30대로 설정된 드라마에서 스물넷이 된 김지원은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송중기 송혜교 진구, 쟁쟁한 선배들과 김은숙 작가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군인이라고 남자처럼 억지스럽기 보단 사랑스럽고 예쁘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학생멜로’를 보여줬던 ‘상속자들’ 이후 다시 만난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를 통해 김지원은 보다 성숙한 감정을 그려가고 있다. 캐릭터는 군의관이지만,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 “성인멜로의 감정”에 집중하고 있다.
“진구 선배님과 윤명주 서대영의 캐릭터와 감정선을 어떤 톤으로 그려야 할지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진구 선배님이 제겐 활력소였죠. 100% 제가 해냈다기 보단 대본에 적혀있는 무수히 많은 감정들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한 부분이 비친 것 같아요.”
예쁘고 발랄한 송송커플과 달리 구원커플은 절절하고 애틋해 도리어 현실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서대영이라는 캐릭터, 그 남자의 묵직함 때문에 구원커플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송송커플과 주변 인물들이 있었기에 구원커플이 더 애틋해보일 수 있는 것 같고요.”
사실 김지원은 자신이 연기하는 윤명주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한다. “나라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도 해봐요. 닥쳐봐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윤명주는 본인을 드러냄에 있어 거리낌이 없어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고, 밀당 없이 직진하죠. 거름막이 없는 사람이에요.”
김지원은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질문 하나 하나를 곱씹으며 단어의 의미를 생각한 뒤 천천히 한 마디씩 이어간다.
“실제 성격은 아직 알아가는 중이에요. 성격이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고 그렇더라고요.(웃음)” 쉬는 날엔 조용히 집에 머문다. 강아지들과 놀고, “아기들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책을 보다가 예전 대본들을 뒤적거리는 것 정도가 김지원의 일상이다. “저를 정의내리긴 어렵지만 제 감정에 대해 거름막 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힘들더라고요.”
CF 한 편을 통해 ‘오란씨걸’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업계에 발을 들였다. 열여섯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데뷔 5년차가 됐다. “일을 하면서 많이 신중해졌어요. 연기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에서 시작한 건 아니에요. 자의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했기 때문에 부족함도 많이 느꼈죠. 지금은 한창 욕심이 나는 때인 것 같아요. 전 느린 편이에요. 노력해야 할 부분이 아직 많아요. ‘태양의 후예’ 준비하면서도 새하얗게 불태웠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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