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요구 시효 기간 이미 지났다” 판단
[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1970년대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으로 불법 구금된 일부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이 이미 지났다는 게 이유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는 정동영(63)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등 29명이 낸 소송에서 “국가가 10억9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민청학련 사건은 1974년 유신 정부가 불온세력의 조종을 받아 국가를 전복하려했다는 혐의로 180여명을 구속기소한 대표적 공안사건이다. 정씨 등 원고들은 당시 영장없이 체포돼 최장 141일까지 불법 구금됐다가 기소유예 처분으로 풀려났다.
대법원은 2010년 12월 이들에게 적용된 긴급조치 제1호가 위헌·무효라고 판결했다.
정씨 등은 2012년 9∼12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문제는 소멸시효였다.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부터 5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다만 법원은 피해자가 권리를 주장하는 데 장애가 있었다면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을 권리남용으로 보고 장애가 사라진 날로 기산점을 다시 산정해왔다.
1심은 과거사위원회가 민청학련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한 2005년 12월 권리 행사에 장애가 사라졌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3년 지난 2008년 12월 소멸시효가 끝났다는 판단이다. 2심은 긴급조치가 위헌·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2010년 12월부터 소멸시효가 시작한다고 보고 원고 승소로 뒤집혔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은 소멸시효를 1974년 석방 때부터 계산해야 한다는 국가의 주장을 사실상 받아들여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2010년 긴급조치 1호를 위헌·무효라고 판단하기 전에도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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