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설마 현실이 될까…’ 브렉시트(Brexit)의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를 혼돈으로 몰아넣으면서 안전자산인 금의 가치가 빛나고 있다. ‘믿을 건 금(金) 뿐’이라는 투자자들의 불안심리에 편승해 한동안 주춤하던 금의 질주가 또다시 시작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에 더해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 약화 등을 이유로 금값이 올 연말 온스당 1400달러를 돌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값은 5거래일 연속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4일(현지시간) 8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일보다 0.1%(1.20달러) 오른 온스당 1288.1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6일(온스당 1294달러) 이후 최고치다.
이 같은 금값 상승의 배경에는 브렉시트에 대한 공포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이달 들어 여론이 급격하게 브렉시트 찬성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선호도가 부쩍 늘어난 것이다. 실제 금값은 브렉시트 여론조사 결과와 궤를 함께하면서 이달에만 5% 넘게 상승했다.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헤지펀드 대가들이 일제히 ‘금 사냥’에 나섰다는 소식에 금 투자는 한층 더 탄력을 받고 있다.
9년 만에 일선에 복귀한 ‘헤지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George Soros)는 세계 최대 금 생산업체인 배릭골드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한 상태다. 그는 300억달러의 자산을 굴리는 자신의 펀드에 ‘주식을 팔고 금을 살 것’을 지시했다.
소로스의 수석투자전략가였던 스탠리 드러켄밀러(Stanley Dreckenmiller)도 최근 “지금은 주식 대신 안전자산인 금을 사들이기에 적당한 때”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금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블룸버그의 집계 결과 지난 9일(현지시간) 기준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골드셰어에는 올 들어 9억4000만달러가 유입됐다. SPDR 골드트러스트의 금 보유 규모는 전날 기준 896.30t으로 2013년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달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금값이 떨어지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금펀드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종가기준 11개 금펀드의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은 1.32%를 기록했다. 지난 3일 -4.58%에서 열흘 만에 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 금값 상승 추세에 맞춰 최근 일주일간 금 펀드 수익률이 7.40%로 뛰어오른 영향이 컸다. 이 기간 ‘블랙록월드골드자(주식-재간접형)(H)(C 1)’는 14.97%의 수익률을 냈다. 이어 ‘IBK골드마이닝자[주식]A’(12.44%), ‘신한BNPP골드1[주식](종류C-i)’(9.57%) 등도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이들 펀드의 연초이후 수익률은 60~75%에 달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브렉시트로 인해 고조된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더해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 약화, 유럽ㆍ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국채 수익률이 하락한 점 등을 들어 금값이 계속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은행과 다수의 헤지펀드는 올해 국제 금값이 14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 주로 예정된 브렉시트 투표는 금값의 1400달러선 돌파 여부를 결정지을 ‘분기점’으로 꼽았다.
대니얼 하인스 ANZ 원자재 전략가는 “만약 브렉시트로 결론이 난다면 파운드화는 붕괴하고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보다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유가 상승 등으로 주요국의 물가가 살아날 경우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인 금의 매력도는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금 가격은 지난 30년간 경험하지 못했던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달러 강세의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올해 1300달러선 돌파는 충분히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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