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과기정통부는 “추격자를 넘어 초격차로” 슬로건과 함께 거대과학·필수기반 5개 분야 로드맵을 수립했다. 이블 분야에는 차세대 원자력, 우주항공·해양, 차세대 통신, 첨단로봇·제조, 사이버보안이 포함되어 있다. 각 분야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AI가 필수기술로 활용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AI 역량은 여전히 글로벌 선두국을 추격자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해외 기술과 인프라 의존도도 크다. 최근 영국 토터스미디어(Tortoise Media)는 “정부활동, AI 자본투자, 컴퓨팅 파워”를 중심으로 국가별 AI 역량을 평가한 글로벌AI인덱스(The Global AI Index 2024)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중국,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에 이은 6위에 올랐다. 미국을 100점으로 볼 때 한국은 27.26점에 불과하다. 또한 과기정통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의 72%를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점유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인 네이버 클라우드는 10% 미만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격차 수준의 국가전략기술을 위한 AI 기술의 중요성을 고려해 본다면 HPC 인프라 구축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 AI 격차는 결국 투자 규모와 인프라 차이에서 비롯된다. AI 개발과 운영에는 GPU가 필수적이며, GPU가 많을수록 고성능 AI 모델을 효율적으로 훈련하고 운영할 수 있다. 전 세계가 GPU 확보경쟁을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 역시 국가전략기술 선도와 R&D 혁신을 위해 HPC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단계적 예비타당성 절차로는 급변하는 기술 수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매년 안정적인 예산을 확보하여 HPC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 9월, 2027년까지 AI 3대 강국 목표를 공식화하였다. 정부의 의지는 시장의 이해와 투자로 연결되어야만 AI 연구자들의 걸림돌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AI 개발에 필수 요소는 데이터와 학습 모델이다. 국내 R&D 혁신을 위한 HPC 운영은 국내외에 산재되어 있는 데이터와 모델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접근 용이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HPC, 데이터, AI를 모두 갖춘 글로벌 전문 연구기관과 협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11월 27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이식 원장의 취임과 함께 AI 컴퓨팅 자원 확충 및 연구역량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KISTI는 시스템 성능 600PF(1초에 60경번 연산) 수준의 국가슈퍼컴퓨터 6호기 도입을 진행하고 있으며, AI 원천기술과 HPC 활용 지원을 위한 HPC+AI 융합 플랫폼 개발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또한, 빠른 기술/정책 수요에 대응하고, 대형 성과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을 추진하고 있다. 양자(Quantum)와 첨단바이오를 포함한 신흥전략기술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AI와 HPC의 융합은 글로벌 초격차 달성의 핵심 전략이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정부, 기업, 연구기관이 함께 협력하여 투자를 지속하고 인프라를 확충한다면, 한국은 추격자가 아니라 세계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최장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정책전략본부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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