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와 충돌한 콘크리트 둔덕이 문제였나. 무리한 운항과 부실한 정비가 화를 키웠나. 항공기의 고질적 결함은 없었나. 조류 충돌 등 비상 상황에 대한 대비는 제대로 됐나. 29일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불가항력적 자연재해가 아니라, 미리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인재’였을 가능성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속단은 금물이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한 엄중하고 면밀한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과 책임이 한 점 의혹없이 명백하게 규명되야 한다. 그것만이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제일의 애도이자 위로이며, 우리 사회의 안전한 내일을 위한 길일 것이다.
31일까지 이번 참사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되고 있는 것이 사고 기체와 충돌한 활주로 주변의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이 시설은 전파를 쏴 항공기의 정확한 착륙을 유도하는 안테나 모양의 방위각 지시 장치(로컬라이저)를 고정하기 위해 지상에 돌출된 둔덕 형태로 만들어졌다. 국내외 항공전문가들은 로컬라이저 지지 시설이 돌출 모양으로 된데다 견고한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인명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특히 공항 활주로 주변 시설은 항공기와 충돌에 대비해 유연한 재질로 돼야 한다는 것이 국제적 규정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공항 시설의 설계와 건축이 적법하게 됐는지, 정부의 인허가 과정과 규정 자체의 문제는 없었는지 밝혀져야 한다.
항공사의 여객기 정비·운용 등도 제대로 됐는지 당국이 빈틈없이 살펴봐야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올해 3분기 월평균 여객기 운항 시간은 418시간으로 대형항공사나 저비용항공사를 포함한 국내 6개 항공사 가운데 가장 길었다고 한다. 국토교통부는 “제주항공 항공기 가동률이 높은 것은 통계로 나온다”며 “강도 높게 항공 안전 점검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항공의 항공기 평균 기령(사용 연수)도 14.4년으로 8개 국적 항공사 가운데 가장 높다고 한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규 위반으로 항공 당국으로부터 받은 행정제재도 제주항공이 가장 많았다. 참사 발생 하루 만인 30일 제주항공의 같은 기종인 ‘보잉 737-800’에서 또 랜딩 기어 이상이 발견됐는데, 기체가 제조상 자체 결함을 갖고 있는지도 규명돼야 한다. 국토부는 국내에서 운영되는 같은 기종 101대에 대해 전수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여객기 사고는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제조사·항공사·공항·정부부처·보험사 등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특히 진상 규명이 어렵다고 한다. 당국의 한층 강력한 조사·수사 의지와 전국민적인 감시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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