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대정읍 경희대 ‘런케이션’ 프로그램 현장 취재
다양한 전공 학생 모여 ‘지역 브랜딩 상품’ 개발
실무와 동시에 여행 경험…학점 이수도 가능
지방소멸 시대, 각 지자체 앞다퉈 런케이션 준비

[헤럴드경제(제주)=김용재 기자] “대학 캠퍼스가 아닌 밖에서 실무적인 일을 하는게 가장 큰 매력입니다.”
경희대 미디어학과 24학번 김승주 씨는 2학년 1학기 학점 15점을 신청했다. 수업은 모두 학교 밖에서 듣는다. ‘런케이션’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영화감독이 꿈이라는 승주 씨는 런케이션 활동 프로그램 내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과 기자단 등을 찍고 곧바로 편집에 돌입했다.
김 씨는 “런케이션은 정말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하게 됐다”라며 “뭔가 내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도울 수 있고 소명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제주 남원읍·전라남도 영암군 지역을 홍보하는 영상에 이어 제주 대정읍 홍보 영상을 준비하고 있다.
런케이션
학습(Learning)과 휴식(Vacation)의 합성어다.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닌 실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여행하는 기분을 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교육청과 각 대학, 지자체들이 연계해 런케이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통상 런케이션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방학 중 ‘계절학기’를 통해 짧게 머물렀지만 경희대의 경우 한 학기 동안 세 지역에 한 달씩 머무른다.
런케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의 역사·문화·자연환경을 활용한 대표 상품을 개발하는 활동을 한다는 점이다. 제주 대정읍에선 지역 특산물인 청보리와 마늘을 활용해 디저트·음료를 개발해 마을회관 카페 ‘모슬로우’에 제공하고 있다. 앞서 진행한 런케이션 지역 제주 남원읍에서는 특산품인 귤락을 활용하기도 했다.
마을 주민과의 소통에도 진심을 다한다. 런케이션 참여 학생들은 마을 주민이 원하는 스냅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마을 축제 영상을 찍기도 했다. 아울러 ▷가가호호 방문 이벤트 ▷주민 시식회 ▷초등학교 전교생 꿈 사진 제작 ▷진로 교육 특강 ▷플리마켓 참여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고석종 대정읍 마을조합 이사장은 “아무래도 젊은 학생들이 지역에 머물러주다 보니 마을에 활기가 돌고 우리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라며 “젊은이 하나 없는 마을에서 학생들과 함께해서 정말 상생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런케이션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희대는 지난해 모집공고를 내고 조리·외식경영·연극영화·컨벤션·체육·디지털콘텐츠학과 학생 14명을 선발했다. 경쟁률은 2.5대 1이었으며 경희대는 학칙 개정을 통해 이들에게 1학기 15학점(교양 9학점·전공 6학점)을 인정해 주고 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우대식 경희대 교수는 “대학이 지방 소멸 위기의 실천적 대안을 마련하고 대학 교육 방법론을 혁신하고자 시작했다”라며 “학생들이 강의실과 캠퍼스를 벗어나 현장에서 지방 주민과 직접 소통하며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인구감소 지역에 런케이션 캠프를 설립하고자 한다”라며 “지자체 공공시설에 활용되지 않는 폐교 부지 등을 활용해 합숙을 진행할 생각이다. 로컬 브랜딩을 통해 지역활성화에 나서면 그 지역에 특색있는 랜드마크가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주요 대학과 런케이션 확대 사업에 나섰다. 제주도청은 미국 프린스턴대학교·국립대학교 총장협의회와 런케이션 사업 확대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해 중앙대를 시작으로 국내 6개 대학과 런케이션 교류 확대 협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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