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애플은 비트코인을 사야만 합니다.(Apple should buy Bitcoin.)
전 세계 기업 가운데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가진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창업자 마이클 세일러는 최근 미국 대표 빅테크(대형 기술주)이자 글로벌 시총 ‘톱(TOP)3’ 중 한 곳인 애플을 향해 파격적인 제안을 하나 내놓았습니다. 바로 비트코인을 회사의 주요 자산으로 매입해 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 것이죠.
애플은 천문학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는 대표적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올해 5월에도 애플은 최대 10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는데요. 1년 전 1100억달러에 비해 감소한 점이 투자자에겐 실망감을 안겨주며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보인 바 있습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애플 주가는 올해만 18.48% 하락하며, 발행주식 수를 줄이고 주주가치 환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고요.
애플의 자사주 매입이 현재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당 자금을 더 큰 수익성을 나타낼 수 있는 곳에 투자해야 할 때입니다.
애플이 비트코인을 매수해야 한다는 세일러 창업자의 주장은 애플의 전략 수정 필요성을 짚어낸 짐 크레이머 미국 CNBC 방송 진행자의 지적에 대한 답글이었습니다. ‘현금성 자산’과 ‘자사주’를 매입하기보단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 지적한 것이고요.
최근 1년간 애플 주가가 7% 가까이 하락했을 때, 비트코인 가격은 60% 이상 상승했습니다. 최근 5년간으로 범위를 넓혔을 때 비트코인 수익률은 1040%에 육박하면서 135% 수준의 애플을 크게 앞지르기도 했고요.
세일러 창업자는 “비트코인은 ‘궁극의 가치 저장 수단’이며, 자사주 매입이 가져다주지 못한 전략적 전환점을 (애플에)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기도 했습니다.
스트래티지, 비트코인 자산화 덕에 5년간 주가 3000% 넘게 상승
세일러 창업자의 자신감은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성공 경험이 뒷받침하고 있는데요.
비트코인 재무 데이터 플랫폼 ‘비트코인 트레저리스(Bitcoin Treasuries)’에 따르면 스트래티지는 지난 2020년 8월부터 비트코인을 적극 매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최근 매수 시점인 지난 6월 8일(현지시간, 1045개)까지 스트래티지는 총 58만2000개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 중입니다. 비트코인 1개당 10만7033달러를 기록 중이던 6월 12일 오후 9시 20분 기준으로 약 622억9000만달러에 달하는 수준이죠.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평균 매수가는 7만86달러인데요. 현재 수준의 비트코인을 매수하기 위해 총 407억9005만달러를 투입한 셈입니다.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수익률은 무려 52.72%이고요.
재무적 목적으로 비트코인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만큼, 스트래티지란 회사의 자산 규모 역시도 빠른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스트래티지 기업 가치 성장 기대감으로 곧장 연결됐고요. 투심이 달아오르며 주식 가치의 규모도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단 평가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1년 사이 60% 가까이, 5년 사이엔 1169.83% 오른 바 있는데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스트래티지 주가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올해만 29.03% 올랐고, 최근 1년 사이에도 141.39% 상승했습니다. 특히, 최근 5년간 주가 상승률은 무려 3180.59%란 믿기 힘든 수치를 보이기도 했죠.
현재 스트래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 자산 가치는 해당 기업 주식의 시가총액(약 1081억달러)의 57.6%까지 도달했는데요. 그만큼 비트코인의 가격 흐름에 주가가 연동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재무 구조를 갖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볼 수 있습니다.
스트래티지가 지금까지 쓰고 있는 비트코인 투자 성공 신화를 고려한다면, 세일러 창업자가 애플을 향해 훈수(?)를 둘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업들이 향후 디지털 경제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겁니다. 애플이 지금 이 흐름에 올라타야 할 때죠.
애플은 사실 아직 ‘무반응’ 중입니다. 하지만, 과거 맥(Mac) 운영체제(OS)에 비트코인 창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의 백서를 숨겨두었다가 삭제하는 등 복잡한 행보를 보인 적이 있죠.
세일러 창업자는 “애플처럼 강력한 브랜드와 현금 흐름을 가진 기업이 비트코인을 매입하면,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시점까지 ‘빚투’ 전략은 성공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점은 비트코인 매수를 위한 스트래티지의 자금 조달 방법입니다.
일명 ‘비트코인 전략(bitcoin strategy)’을 회사 주요 사업으로 삼은 후 스트래티지는 내부 유보 자금을 활용하기보단, 외부에서 추가 자금 조달을 통해 비트코인을 매수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코빗리서치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부터 작년 6월까지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매수에 총 72억8000만달러를 투입했는데요. 이 중 29억달러는 ‘시가발행(ATM)’, 39억달러는 전환사채(CB), 4억8000만달러는 담보부 채권 등으로 조달했습니다.
① 시가발행(ATM, At-the-Market Offering) : 기업이 미리 정해진 가격이 아니라 시장 가격에 따라 주식을 점진적으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전통적 공모 방식과 달리 특정 투자자에게 미리 할당하지 않고, 시장에서 유동적으로 주식을 매도하면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② 전환사채(CB) : 일정 조건 아래 발행 회사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이 부여된 회사채.
③ 담보부 채권 :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가 담보로 잡은 자산을 처분해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
스트래티지는 지난해 10월 ‘21/21 플랜’을 발표하며 향후 3년간 주식 발행과 채권 발행을 통해 총 42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해 비트코인을 매수하겠단 계획을 밝혔죠. 발표 후 5개월간 실제 주식 발행으로 163억달러, CB로 50억달러, 우선주 발행으로 6억달러를 조달해 24만8870개의 비트코인을 매수했습니다. 스트래티지가 현재 보유한 전체 비트코인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입니다.
올해 3월엔 우선주 발행을 통해 최대 210억달러를 조달, 운영 자금과 비트코인 추가 매수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스트래티지는 무이자 CB를 대규모로 발행해 이자 지급 부담을 없애고 현금 유출을 최소화한 상태로 자금을 확보해 비트코인을 매수했는데요. 향후 전환 시점에 스트래티지의 주가가 전환 가격을 초과할 경우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무이자 CB의 주요 수요자인 헤지펀드 등 기관 투자자의 구미를 당긴 포인트였던 겁니다.
코빗리서치는 이를 두고 “기관 투자자는 다양한 시장 환경 속에서 수익 기회를 갖게 되고, 스트래티지는 효율적인 자금 조달 방식을 확보해 양측 모두에게 유리한 구조가 형성됐다”고 평가했죠.
스트래티지 선배님 방식 따르는 후배들
재무적 목적에서 비트코인을 보유하겠다 마음먹은 기업에 스트래티지는 ‘교과서’와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할까요. 주식이나 CB 발행을 통해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일종의 ‘비트코인 빚투(빚내서 투자)’ 전략을 따라 비트코인 매수에 나서는 기업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의료기기 개발 업체 ‘셈러 사이언티픽(Semler Scientific)’이 있는데요. 원래 혈관 질환 주기 진단을 위한 의료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이 기업은, 지난해 5월 ‘비트코인 자산 전략’을 발표하며 장기 보유를 위한 비트코인 매수를 시작했습니다.
비트코인 매수를 위한 자금은 기존 사업에서 창출되는 잉여 현금과 더불어 ATM, CB 발행으로 조달됐고요. 지난 6월 3일 마지막 매수 시점 기준으로 총 4449개, 약 4억7604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 중입니다.
심지어 셈러 사이언티픽이 보유한 비트코인 자산 규모는 이 회사 시총(4억1680만달러)의 114.2% 수준입니다. 비트코인 자산 규모가 시총을 이미 뛰어넘었을 정도로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사실상 ‘올인’하는 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족 기업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DJT)와 미국 주요 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탑도 스트래티지식 비트코인 비축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DJT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15억달러 규모의 보통주, 10억달러 수준의 CB 발행을 통해 비트코인 전략 비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게임스탑도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공시를 통해 비트코인 4710개를 매수했다고 발표했는데요. 비트코인 매입을 위해 13억달러 상당의 CB를 발행한다고도 밝혔죠. 6월 11일(현지시간)에는 CB 발행을 통해 17억5000만달러를 추가 조달한다고 발표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밖에도 미국 에너지 저장 솔루션 기업 ‘컬 테크놀로지’가 ‘친(親)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당선 확정(2024년 11월) 이후 비트코인 매수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더 나아가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선 호텔 운영 및 부동산 서비스 회사였던 ‘메타플래닛’이 대표적인 스트래티지 방식을 채용한 비트코인 자산화 전략 채택 기업입니다.
국내 대표 사례는 바로 비트맥스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비트맥스는 지난 5월 30일 비트코인 35.63개를 추가 매입해 총 230.26개를 보유하게 됐는데요. 국내 게임 개발 기업인 위메이드가 보유한 223개를 넘어서면서 국내 최대 비트코인 비축 기업으로 등극했습니다.
비트맥스의 비트코인 매입 움직임은 특히나 올해 적극적이었는데요. ▷3월 10일(50개) ▷3월 25일(38개) ▷4월 11일(37개) ▷5월 19일(19개) ▷5월 23일(29개) ▷5월 30일(35개) 등 꾸준히 매입 기록을 써왔습니다.
비트맥스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지난 5월 23일 5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하면서 400억원을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취득에 사용할 계획이라 밝혔기 때문이죠. 일회성 거래가 아니라 디지털 자산을 전략 자산으로 삼기 위한 중장기 계획의 하나로 비트코인을 매입 중이란 게 비트맥스의 설명이고요.
한국판 스트래티지로 불리며 가상자산을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설정, 기업 가치를 높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나스닥에 상장한 한국 엔터 기업 K웨이브미디어(KWM)도 5억달러어치 주식을 팔아 비트코인을 산다고 지난 6월 4일(현지시간) 밝혔는데요.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KWM 주가는 160% 넘게 뛰기도 했습니다.
비트코인 하락 시 유동성 위기 지적도
전 세계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 축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빠르게 눈 뜨면서 비트코인을 보유한 법인의 수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코빗리서치는 법인의 비트코인 보유 유형을 세 가지로 구분했는데요. 스트래티지로 대표되는 ▷재무적 목적에 따른 일반법인의 비트코인 보유 이외에도 ▷사업/기술적 목적에 따른 일반법인의 비트코인 보유(테슬라, 블록, 클린스파크, 얼라이언스 리소스 파트너스) ▷가상자산 전문법인(마라 홀딩스, 갤럭시 디지털)으로 말이죠.
비트코인 트레저리스의 집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보유한 법인 수는 지난 6월 12일 기준으로 전 세계 228개사인데요. 30일 전에 비해 21개나 늘어난 겁니다.
코빗리서치는 “다수 법인이 비트코인을 주요 재무 준비 자산으로 보유함으로써 높은 수익성을 추구한다”면서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지속해서 비트코인을 축적 중”이라고 분석했죠.
미국 자산운용사 번스타인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약 80개 기업이 대차대조표에 비트코인을 추가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올 하반기부터 상장 법인과 전문투자사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매매를 위한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할 방침인데요. 그간 법인은 국내 거래소를 통한 직접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했으나, 제도 변화로 기업의 비트코인 자산화가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는 지점이죠.
비트코인을 법인 자산의 한 종류로 받아들이는 움직임 밑바탕엔 분명 ‘낙관론’이 깔려있는데요.
비트코인은 훌륭한 자산입니다. 우리는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요. 이번 상승 사이클에서 20만달러 선까지 올라설 것이란 점은 우리의 확고한 믿음이자, 어쩌면 보수적인 가격 예측입니다.
물론 비트코인 비축 전략 덕분에 주가가 급등한 기업 주식 등에 투자할 경우 유의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동현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스트래티지처럼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공격적으로 비트코인을 투자하면 상승장에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비트코인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비트코인 가격 리스크에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요.
비트코인 가격이 만약 하락할 경우 장기 비트코인 레버리지 비율이 상승하게 되고 ,이는 CB 만기 시 채권자들의 상환 요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스트래티지가 처한 현실을 대표적 사례로 들어볼 수 있는데요. 보유 비트코인의 가치 대비 현금 보유 비율이 0.15%에 불과한 현재 자산 구조에서 채권자의 상환 요구가 발생할 경우,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을 매도해야 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전체 유통량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매도가 시작될 경우 시장에 큰 충격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농후하죠. 비트코인 가격 추가 하락은 2028년부터 매년 만기가 다가오는 CB의 더 많은 상환 요구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스트래티지를 ‘죽음의 소용돌이’로 몰고 갈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비트코인 자산 전략’을 채택한 기업 사이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 가상자산 겨울)는 다시 오지 않을 것입니다.
비트코인 현물 대신 ETF 매수로 자산화
비트코인 실물을 매수해 보유하는 게 제한된 기업과 업종 등에서도 다른 길을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함으로써 자산화하는 움직임이 커지는 모양새인데요.
지난해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1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승인한 게 금융기관의 비트코인 접근 경로를 크게 확장했단 평가를 받습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기 전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내부 정책의 부재, 회계 기준의 불확실성, 보관 리스크 등으로 인해 비트코인 직접 보유가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이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됐다는 점에서 금융 기관도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포함하기 시작했죠.
실제로 기관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통해 비트코인 투자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코빗리서치에 따르면 운용자산이 1억달러 이상인 금융기관이 SEC에 제출하는 13F 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기관이 보유한 비트코인 현물 ETF 자산 규모는 총 274억달러로 직전 분기 124억달러에서 11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4분기 13F 보고서를 통해 공시된 금융기관 중 2000만달러 이상의 비트코인 현물 ETF를 보유한 미국 금융기관은 총 79개로 확인됐고요. ▷헤지펀드 43개 ▷자산관리 및 자문 회사 15개 ▷브로커-딜러 12개 ▷자산운용사 4개 ▷투자은행(IB) 2개 ▷패밀리오피스 2개 ▷공공연기금 1개라는 게 코빗리서치의 분류 결과입니다.
기관 성격에 따라 비트코인 ETF에 투자하는 이유는 다른 것으로 보이는데요.
비트코인 현물 ETF를 보유한 미국 금융기관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헤지펀드는 현물 ETF 매수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비트코인 선물 매도를 결합한 ‘베이시스 트레이드(basis trade,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고평가되는 구조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는데요. 중장기적인 보유보단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적 포지션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죠.
브로커-딜러로 분류된 기관들의 다수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공인참가자로 참여한 금융기관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글로벌 유명 IB 골드만삭스와 글로벌 트레이딩기업 제인 스트리트가 다수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 공인참가자로 등록된 상황입니다.
공인참가자는 자기 자본으로 ETF 주식의 생성·상환을 담당하고요, ETF 시장 가격이 순자산가치(NAV)와 차이날 때 차익거래를 통해 시장 가격을 NAV에 가깝게 유지하는 ‘유동성 공급자’의 역할을 수행하죠. 결국 단기적 차익거래 목적으로 ETF를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보유하는 공공연기금의 투자도 확인됐다는 점입니다. 미국 위스콘신주 투자위원회가 그 주인공인데요. 위스콘신주의 연금 펀드와 주정부 투자 펀드를 운용하는 이 기관은 지난해 1월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해 왔고요. 작년 4분기 기준으로 3억2000만달러 규모까지 비트코인 현물 ETF 보유량을 늘려왔습니다.
코빗리서치는 “비록 전체 운용자산 중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투자 비중은 각각 0.8%에 불과하다”면서도 “전통적인 장기투자 기관이 비트코인에 노출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짚었습니다. 향후 장기 자금의 본격적인 유입 가능성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한편, 미국에 비해 한국 기업들의 가상자산 투자는 일부 기업에 국한된 수준입니다.
이선영 코빗리서치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단순한 시장 참여 허용을 넘어, 기업의 투자 수요를 보다 정교하게 예측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정책적 대응 전략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가상자산 보유 기업을 위한 회계처리 기준과 공시 의무 등 기본 규칙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내부통제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 등 기업 간 특성을 감안해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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