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보다 상속채무가 더 많은 경우
단순승인보다 한정승인·상속포기 고려해야
상속포기 시 후순위 상속인에게 빚 양도 주의
한정승인 후 상속세·양도소득세·취득세 고려
주거비, 식비, 교통비 등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우리 삶에 깊이 들어와 있는 지출이 하나 더 있죠. 바로 ‘세금’입니다. 이제는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해도 상속세나 증여세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엔 남 얘기 같아도 이웃들의 사례를 읽다 보면 내게도 적용할 수 있는 절세의 힌트를 자연스럽게 얻게 될 거예요. 절세 전문가의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세금 고민을 ‘이왕 낼 세금 상담소(이·세·상)’에서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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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기신 부동산과 빚, 세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해요.
#. 나우리 씨는 지병을 앓고 있던 아버지가 보름 전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장례를 치르는 데 정신이 없었다. 그 후, 숨 돌릴 새도 없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재산 상속 문제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나씨의 아버지는 최근 몇 년간 사업이 잘되지 않아 남긴 재산보다 빚이 더 많았다. 4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남겼지만, 부동산담보대출 등 채무가 6억원에 달해 빚을 다 갚아도 2억원이 남는 상태였다. 더군다나 생전에 “지인들에게 갚아야 할 개인채무가 있다”고 했던 것도 떠올랐다. 상속과 채무 문제를 해결하려면 변호사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러던 중, 아버지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 고지서를 받게 된 나씨. 그는 상속재산 정리와 세금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상담을 받기 위해 세금전문가인 회현동이택스를 찾았다.
Q. 아버지께서 보름 전에 돌아가셨는데, 최근 몇 년간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남기신 재산(4억 주택)보다 빚(6억)이 더 많습니다. 개인 채무 등까지 합치면 빚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인데요. 상속인은 어머니, 저, 여동생 이렇게 세 명이고, 이미 상속받을 재산이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요?
A. 고인이 남긴 재산과 빚에 대해 상속인들은 세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재산과 빚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것을 승계받는 ‘단순승인’ ▷상속된 재산 한도 내에서 빚을 승계받는 ‘한정승인’ ▷재산과 빚을 모두 포기해 상속인의 지위 자체를 포기하는 ‘상속포기’가 있습니다.
이 세 가지 방식은 모두 상속이 시작됐음을 알게 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신청해야 합니다. 만약 이 기간 내에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가 없다면 자동으로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우리 씨처럼 고인의 빚이 너무 많아 상속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고려해야 합니다.
Q. 말씀하신 대로라면 상속포기가 가장 수월할 것 같은데요. 변호사에게 상속포기 처리를 의뢰하면 될까요?
네, 그렇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상속인인 어머니와 우리 씨, 여동생이 모두 상속포기를 하게 되면 상속인의 지위가 후순위 상속인에게 넘어갑니다. 예를 들어 우리 씨와 여동생에게 자녀가 있다면 각각 자녀에게 빚이 승계될 수 있습니다. 또 자녀가 없더라도 민법에 따라 상속은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순으로 이어지게 돼 예상치 못한 불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후순위 상속인에게 빚이 상속되지 않게 하려면 모친과 여동생은 상속포기를 하고 우리 씨는 한정승인을 하셔야 합니다.
한정승인은 우리 씨처럼 고인의 재산과 빚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 유용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재산을 포기할 필요 없이 빚을 갚고 남은 재산만 상속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혹시 한정승인을 할 때 주의할 점이 있을까요?
A. 먼저 가정법원에 가서 ‘한정승인’을 신청하셔야 합니다.
한정승인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신청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경우 피상속인의 사망일이 ‘상속 개시 있음’을 안 날로 간주됩니다. 3개월 내에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가 없으면 자동으로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설령 기한을 놓쳤더라도 구제 방법은 있습니다. 만약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내에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상속채무가 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상속인에게 법적 보호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두 번째로, 한정승인을 하려면 고인의 재산을 정리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상속인은 고인의 상속재산 목록을 작성해 가정법원에 신고하고,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 채권신고를 알리며, 알지 못하는 채권자를 위해 2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해 일간신문에 공고해야 합니다. 그 후 채권자들에게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 청산을 해야 합니다.
설령 공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수리한 한정승인의 결과에는 변동이 없지만, 공고 절차를 밟지 않아 배당을 받지 못하는 등 채권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Q. 아버지께서 보유한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 고지서를 어머니가 받았습니다. 아버지 부동산의 재산세는 누가, 어떻게 납부해야 하나요?
A. 아버지가 돌아가신 시점이 재산세 고지 전·후인지에 따라 납부 주체가 달라집니다.
재산세는 매년 6월 1일 현재 소유자에게 과세하는데요, 우리 씨 아버지가 그 전에 사망하셨다면 상속등기가 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주된 납세의무자는 법정지분이 가장 많은 어머니입니다. 이때는 어머니에게 재산세 고지서가 나갑니다.
만약 6월 1일 이후에 돌아가셨다면 아버지가 납세의무자로서 납세의무가 상속인에게 승계됩니다. 공동상속인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하고 우리 씨가 한정승인을 했다면, 부동산 소유권은 우리 씨에게 승계되며 재산세는 우리 씨가 부담하게 됩니다.
물론 부동산 청산 절차를 거치면서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귀속되면, 그때부터는 재산세 납부 의무도 해당 사람에게 넘어갑니다.
현재 4억 부동산에 대해 ▷재산세 42만원 ▷도시지역분 33만6000원 ▷지방교육세 8만4000원 ▷지역자원시설세 1만2000원 등으로 최종 재산세 고지액으로 85만2000원이 나왔군요. 만약 우리 씨가 해당 주택을 갖고 있다면 부담하시면 됩니다.
Q. 부동산 상속을 받다 보니 상속세나 취득세 문제도 걱정입니다. 신고해야 하나요?
A. 부동산 소유권은 사망과 동시에 한정승인한 1인이 승계하게 되므로, 우리 씨가 한정승인을 했다면 소유권 이전등기를 위한 취득세 납부 의무가 우리 씨에게 부여됩니다.
4억원짜리 부동산을 취득하게 되면 우리 씨가 납부할 주택에 대한 상속취득세는 ▷취득세 2.8%(1120만원) ▷지방교육세 0.16%(64만원)로 총 1184만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씨의 경우 상속세 신고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상속세 과세가액은 상속재산에서 상속채무를 차감한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며, 상속공제도 적용됩니다. 즉, 청산 과정에서 확인된 상속채무를 신고하면 적법하게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채권자가 경매 절차를 진행하면서 대위등기(채권자가 채권 보전을 위해 채무자를 대신해 등기 신청을 하는 것)를 위해 상속취득세를 대신 납부했다면, 채권자가 부동산 경매대금을 받기 위한 집행비용으로 처리할 것이므로 상속인이 직접 취득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Q. 혹시 말씀하신 것 외에 한정승인을 할 때 제가 신경 써야 하는 세금은 어떤 게 더 있을까요?
A. 양도소득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만약 경매를 통해 해당 부동산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다면, 원칙적으로 우리 씨는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상속개시일부터 경매가액이 결정된 날까지 6개월 이내라면 양도차익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양도소득세를 납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경매로 인한 차익이 발생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에게 고인의 빚과는 상관없이 별도로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 씨가 해당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한 뒤 경매를 통해 양도차익을 얻게 된다고 가정해 봅시다.
현재 주택의 가치는 4억원이고, 예상 양도가액은 5억원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기존 4억원의 부동산으로 채무를 최대한 갚고, 양도차익은 1억원이 남게 됩니다. 여기에 양도소득기본공제 250만원을 적용하면, 양도소득과세표준은 9750만원이 됩니다. 35% 세율과 1544만원의 누진공제를 적용하면, 양도소득세는 1868만5000원이 될 것입니다. 지방소득세 186만8500원을 더하면, 총 양도세는 2055만3500원이 됩니다.
정리하자면, 고인의 빚을 갚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은 상속인 개인에게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는 고인의 채무와는 상관없이 원칙적으로 상속인에게 직접 부과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국세기본법 및 지방세기본법에 의한 강제징수 및 체납처분이 가능하다는 점도 주의해야 합니다.
Q.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의 차이점을 잘 이해했습니다. 혹시 더 조언해 주실 점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A. 우리 씨와 같이 한정승인 심판 청구인이 경우, ‘상속재산 파산제도’를 이용하면 유익합니다.
상속재산 파산제도는 재산보다 빚이 많은 채무자가 사망한 경우,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해 파산신청을 하면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상속채무를 정리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상속인이 개별적으로 채권자들과 청산하는 것보다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또, 상속인의 경제적 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Q. ‘상속재산 파산제도’라는 것이 있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상속인에게 유리한가요?
A. 상속재산 파산제도를 이용하면 상속인이 상속채권자를 파악하고 변제하는 등 일련의 청산 절차를 파산관재인이 대신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파산관재인이 상속에 따른 법률관계 이력을 정리해 주기 때문에 상속채권자들의 개별적인 청구 및 집행을 직접 관리할 필요도 없습니다.
돌아가신 부친의 상속재산 및 상속채무를 정리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상속인인 우리 씨의 경제적 신용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한정승인신고 심판청구가 수리된 상속인이 상속재산으로 고인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전부 변제할 수 없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상속재산에 대해 곧바로 회생법원에 파산신청을 해야 합니다. 한정승인신고 심판청구가 수리되지 않은 상속인도 상속포기를 하지 않은 경우라면, 망인의 상속재산에 대해 회생법원에 파산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서울회생법원의 상속재산 파산제도 안내를 참조하면 됩니다.
또한, 소득세법 제89조 제1호에 따라 파산선고에 의한 처분으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과세하지 않습니다. 고인의 빚을 갚는 과정에서 나오는 세금인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는 상속인 개인에게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말씀드렸으나, 실제로 한정승인 이후 파산선고로 인해 파산재단에 귀속된 재산을 파산관재인 등이 처분하는 경우, 집행비용으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취득세는 논외로 하고, 양도소득세는 비과세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파산 절차에 따른 것이 아닌 채권자의 별제권 행사로 인한 경매 처분은 예외로 양도소득세가 과세됩니다. 별제권이란 파산 절차를 통하지 않고 채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결국 경매 절차에서 별제권 행사로 인해 배당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전이 파산재단의 재산으로 구성됐다고 하더라도, 해당 부동산의 양도는 파산선고 결정에 따른 처분으로 보지 않으므로 이 경우에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됩니다.
[정호원 기자 / 이원익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세무컨설팅팀 세무전문가]
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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