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부동산 가격 상승이 경제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며 “고통이 따르더라도 구조 개혁을 계속 해야 한다”고 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를 동결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다. 성장률 제고를 위해선 금리 인하가 긴요하지만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 양상에 대응한 고육책으로 동결을 결정했다는 맥락의 발언이다. 이 총재는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 통화정책 면에서도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도 했다. 금리동결이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조치에 발맞춘 정책이라는 점을 굳이 숨기지 않은 것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의 ‘3중 규제’로 묶은 10·15 대책 발표 후 시장의 충격은 혼란과 우려, 반발로 나타나고 있다. 규제 전 ‘막차 수요’는 10월 셋째 주(20일 기준·한국부동산원) 서울 아파트값 주간상승률을 역대 최대인 0.5%로 끌어올렸다. 규제 시행 이후로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직전에 비해 80~90% 감소하며 얼어붙었다. 대출이 막히자 “현금부자만 집 사라는 얘기냐”며 실수요자 ‘내집마련’ 희망과 ‘주거사다리’를 무너뜨렸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 등 고위 관료와 여당 정치인의 부적절한 발언이 국민의 화를 돋궜다.

그럼에도 이 총재의 입장은 분명했다. 그는 “서울·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우리나라 소득수준을 고려하고,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기엔 너무 높은 수준”이라며 “부동산이 주거비용 관리라는 프레임보다 대박 터뜨리자는 쪽으로 가고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라고 했다. 이 총재는 “한두 달새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책 방향을 유지하고, 공급 정책도 발표하고, 수도권 유입 인구도 다른 정책을 통해 최소화하는 등 모든 정책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서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의 발언이 부동산·주거복지 담당자가 아닌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는 통화정책 최고 책임자로서 시각에 바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정부와 시장 주체 모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의 말처럼 시장과 수요자가 신뢰하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서민 이자 부담 경감’을 내걸고도 ‘대환대출’마저 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로 묶는다든가, ‘공급확대’를 추진한다면서 규제 대책이 오히려 재건축·재개발을 막아버리는 ‘엇박자’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아울러 관료·정치인의 그릇된 행태가 부동산 정책 취지 자체를 훼손시키는 일은 결코 있어선 안된다. 집값이 경제 성장을 잠식하고, 부동산은 정권을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