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비정형 노동자 위한 새 사회제도”…복지·경력관리 기능 구상

작가노조 “132일째 설립필증 감감무소식…회의소보다 단결권 보장이 먼저”

작가노동조합 오빛나리 위원장이 2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작가노조 설립 필증 교부 지연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작가노동조합 제공]
작가노동조합 오빛나리 위원장이 2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작가노조 설립 필증 교부 지연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작가노동조합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플랫폼 종사자와 프리랜서 등 비정형 노동자를 위한 새로운 사회안전망인 ‘K-노동회의소(가칭)’ 구상을 구체화한 가운데 노동계에서 “새로운 조직을 만들기 전에 헌법이 보장한 노조할 권리부터 보장해야 한다”는 첫 공개 반발이 나왔다.

노동부가 ‘노조 밖 노동자’를 위한 제도를 추진하면서도 정작 작가노동조합의 설립필증은 4개월 넘게 발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 장관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K-노동회의소와 관련해 “AI 시대에는 기술혁신뿐 아니라 사회제도도 혁신해야 한다”며 “비정형 노동자들의 자조모임이면서 노조조차 할 수 없는 많은 분들을 위한 복지전달체계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근로자복지법을 노동자복지법으로 바꿔 복지카드와 경력 인정, 휴가 지원, 소액대출, 퇴직금 신청 등 다양한 기능을 담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각자도생하는 나라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국가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 K-노동회의소의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명칭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이 같은 취지를 담은 새로운 사회제도를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는 K-노동회의소 구상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작가노동조합은 “지난 3월 12일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했지만 132일이 지나도록 설립필증이 교부되지 않고 있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노동회의소가 아니라 헌법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노조할 권리”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라이더도 대리기사도, 웹툰작가도 방송작가도 노동조합을 만들고 있는데 사흘이면 처리될 설립신고가 넉 달 넘게 오리무중”이라며 “이는 고용노동부의 직무유기이자 명백한 노조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회의소를 만들 것이 아니라 132일째 지연되고 있는 작가노조 설립필증부터 즉각 교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빛나리 작가노동조합 위원장은 “노동청이 노동자성을 이유로 끝없는 보완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신고제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다”며 “이미 필요한 소명자료와 노무사 의견서까지 모두 제출했다. 더 이상의 보완 요구도, 기한 없는 검토도 필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노동부는 작가노동조합 설립필증 발급이 지연되는 것과 관련, 근로자성 판단이 쉽지 않은 새로운 사례라 신중하게 검토 중이며 이달 말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부 서울지방노동청 관계자는 “작가들의 근로자성 여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아 추가 자료를 요청했고 현재 보완 자료를 검토 중”이라며 “배달라이더 등 기존 특수고용 사례와는 근로 형태가 달라 기존 판례와 지침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사례인 만큼 검토에 시간이 걸렸지만 현재 막바지 단계”라며 “이달 말까지는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검토 단계이지 설립을 반려하거나 거부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