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난방 전기화 사업에 오텍캐리어 선정

삼성·LG·대성히트에너시스와 경쟁

경동나비엔 또 고배…국내 생산 기반으로 추격

삼성전자가 올 1월 CES 2026에서 전시한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 ‘EHS 올인원’ 신제품.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올 1월 CES 2026에서 전시한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 ‘EHS 올인원’ 신제품.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부애리 기자] 정부가 ‘난방 전기화’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공기열보일러(히트펌프) 시장의 경쟁 구도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대성히트에너시스에 이어 최근 오텍캐리어가 정부 지원 대상에 포함되면서 4강 구도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히트펌프 보급 확대에 힘을 실으면서 업체들의 초기 시장 선점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보일러 업계에서 히트펌프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경동나비엔은 1차에 이어 2차 선정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경동나비엔은 아직 사업이 초기화 단계이고, 최근 국내 생산 기반까지 갖춘 만큼 히트펌프 사업에는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텍캐리어 직원들이 광주공장 생산라인에서 가정용 히트펌프 보일러 생산라인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텍캐리어 제공]
오텍캐리어 직원들이 광주공장 생산라인에서 가정용 히트펌프 보일러 생산라인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텍캐리어 제공]

오텍캐리어 합류…히트펌프 ‘4강’ 구도

11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2026년 난방 전기화 사업’ 제2차 대상 제품으로 오텍캐리어와 대성히트에너시스 제품이 추가 선정됐다. 오텍캐리어의 히트펌프 2종이 처음으로 정부 지원 대상에 포함됐고, 대성히트에너시스는 기존 16㎾ 제품에 이어 10㎾ 제품을 추가하며 제품군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난방 전기화 사업 지원 대상은 총 4개 업체 13개 모델로 늘어났다. 삼성전자가 6종으로 가장 많고 LG전자 3종, 대성히트에너시스와 오텍캐리어가 각각 2종이다.

이번에 새로 합류한 오텍캐리어는 글로벌 냉난방공조 기업 캐리어와 오텍의 합작법인으로 냉난방공조(HVAC) 분야를 주력으로 해왔다. 가정용 에어컨뿐 아니라 상업용 건물과 산업 현장의 냉난방공조 시스템까지 사업 영역을 갖추고 있어 히트펌프와 기존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오텍캐리어는 일찌감치 히트펌프 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다. 국내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전인 2011년 인버터 하이브리드 보일러 개발에 착수해 2014년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광주 공장의 양산 체제를 기반으로 국내 가정용 히트펌프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제품 개발부터 생산·보급까지 국내 사업 기반을 갖추고 정부 사업과 민간 수요에 대응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히트펌프는 외부 공기에 존재하는 열을 흡수해 난방과 온수에 활용하는 설비다. 전기로 직접 열을 발생시키는 전기히터와 달리 냉매와 압축기를 이용해 외부의 열을 실내로 옮기기 때문에 투입되는 전력보다 많은 열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면서 난방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낮출 수 있어 유럽에서는 보급이 확대되는 추세다.

정부가 추진하는 난방 전기화 사업 역시 LPG·등유 등 화석연료 보일러를 히트펌프로 교체해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기후부는 올해를 사실상 ‘난방 전기화 원년’으로 삼고 관련 지원사업에 착수했다. 지난 3월에는 공기열을 재생에너지 범주에 포함하면서 정책 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올해 히트펌프 설치 지원에 144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설치비의 최대 70%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직접 히트펌프 보급 확대를 주문하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에너지 사용을 합리화하는 것은 국가적 과제인 만큼 속도를 내야 할 일”이라며 예산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대통령이 히트펌프를 직접 거론하고 속도전을 주문하면서 관련 정책에도 한층 힘이 실렸다.

경동나비엔은 지난 28일 나비엔하우스 제주에 난방 전기화 센터를 개소하고 공기열보일러(히트펌프)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경동나비엔 제공]
경동나비엔은 지난 28일 나비엔하우스 제주에 난방 전기화 센터를 개소하고 공기열보일러(히트펌프)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경동나비엔 제공]

경동나비엔 2차 선정도 고배

다만 국내 보일러 시장을 이끌어온 경동나비엔은 이번에도 지원 대상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 1차 선정에 이어 두 번째다. 정부가 히트펌프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초기 지원사업에 두 차례 연속 진입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경쟁사들이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실제 가정에 제품을 공급하고 설치·운영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기 시장 선점 경쟁에서 한발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1차 선정 당시 경동나비엔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실외기 협력업체 등과 관련한 문제 때문에 평가 점수가 미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2차 선정 기간이 짧다 보니 (이번에도)준비가 다 안 됐던 부분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경동나비엔은 정부 사업 선정 여부와 관계없이 히트펌프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평택 공장에서 국내 생산도 시작하면서 생산 기반을 보완했다. 히트펌프 시장 자체가 아직 국내에서는 태동 단계인 만큼 단기적인 정부 사업 결과보다 중장기 시장 확대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관련 업계가 히트펌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향후 ‘한국형 히트펌프’를 누가 먼저 안착시키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오텍캐리어는 에어컨과 냉난방공조 사업을 통해 축적한 압축기·냉매·인버터 기술력이 강점이다. 대성히트에너시스는 지열·공기열 등 신재생에너지 기반 냉난방 사업을 오랫동안 해온 전문기업이다.

경동나비엔은 국내 온돌 난방과 온수 사용 환경을 잘 이해하고 있고 전국 단위 설치·서비스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냉난방공조 업체와 기존 보일러 업체가 자신들의 강점을 앞세워 ‘차세대 보일러’ 시장에서 경쟁하는 구도가 될 전망이다.


b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