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내부선 조희대 대법원장 향한 불쾌감 감지

조 대법원장 서면제청에 대해서도 언급 자제

서울 종로구 청와대 본관 모습. 임세준 기자
서울 종로구 청와대 본관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서면제청’을 놓고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조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국회로 공을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로 보낼지 여부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 논의된 바도 아직 없다”고 말했다. 서면제청에 대한 청와대 입장과 관련해서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9월 퇴임 예정인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통상 대법관 후보자는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대면으로 의견을 교환한 후 대법원장이 임명을 제청하는 것이 관례지만,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에 오지 않고 서면으로 임명안을 제청했다.

사실상 관례를 깬 상황에 청와대 내부에선 불쾌감까지 감지된다. 다만 청와대는 직접적인 반응이나 입장을 내놓진 않고 있다. 대놓고 사법부와 각을 세울 경우 벌어질 파장을 고려해 ‘로키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후 대응이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정치적 부담을 떠안는 결정을 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뒤따른다. 임명동의안을 송부하지 않는 것 자체가 사법부의 임명제청안을 거부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에서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을 근거로 대법원장이 제청한 2명 전부에 대한 임명을 거부하고 제청 절차를 다시 밟는 방안도 부담이다. 이미 5개월간 이어진 대법관 공백 사태가 더 길어질 경우 비판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

선별 임명 가능성도 일부 거론된다. 청와대와 사전 조율을 거친 김 후보자에 대해서만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는 방안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다른 한 자리는 비게 돼 대법관 공백 우려가 남는다.

이 때문에 결국 여당이 과반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로 공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민석 민주당 신임 당대표는 전날 조 대법원장의 서면제청을 겨냥해 “3권 화합에 의해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 제청은 역사적 관례에서 대통령과 협의해 왔다. 이걸 하지 않는 무법 사법행위를 시행한 것은 사법농단”이라고 날을 세웠다. 청와대가 나서기보다 당 차원에서 대응에 나설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는 까닭이다.


moon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