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엔 아메리카노, 다른 손엔 계산기를 든 채 매장 문을 닫는 저녁이 있다. 한 집 건너 또 한 집, 1500원짜리 커피를 파는 가게가 골목마다 들어선 시대다. 손님은 붐비지만, 정작 사장의 표정은 밝지 않다. 2년 전, 바로 그 포화된 골목에서 가장 큰 거래가 터졌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그 거래가 남긴 질문은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2024년 여름, 저가커피 컴포즈커피가 필리핀 졸리비가 이끄는 컨소시엄에 약 4700억원 규모로 팔렸다. 시장이 주목한 것은 브랜드 인지도가 아니라 숫자였다. 컴포즈의 2023년 영업이익률은 40%를 넘었다. 매장 투자 부담이 가벼운 채 원두·부자재와 가맹 로열티에서 현금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구조였다. 자본이 산 것은 커피 맛이 아니라 검증된 현금흐름이었다. 인수 뒤 컴포즈는 국내 매장을 3000개 이상으로 늘리는 한편 필리핀·싱가포르 등 동남아 진출에 시동을 걸었고, 대주주는 배당을 늘려 투자금 회수에도 나서고 있다.
이 거래는 프랜차이즈가 자본시장의 정식 매물이 됐음을 알린 상징적 장면이었다. 컴포즈만의 일도 아니다. 투썸플레이스는 사모펀드 앵커에쿼티를 거쳐 미국계 칼라일로, 할리스는 IMM프라이빗에쿼티에서 KG그룹으로, 공차는 이제 베인캐피탈로 주인이 바뀐다. 프랜차이즈 인수·합병(M&A)의 주류는 사실 국내외 사모펀드 간의 손바뀜이다. 안정적 현금흐름과 표준화한 출점 공식을 가진 회사가 사서 키워 되파는 자본에게 매력적인 투자처였다. 다만 최근 기류는 사뭇 달라졌다.
컴포즈 매각이 저가커피 몸값의 정점이었다면, 이후 시장의 눈높이는 빠르게 내려왔다. 원자재·임차료·인건비가 오르고 내수는 위축됐으며 브랜드 간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식음료(F&B)의 강점이던 현금 안정성이 흔들리자 주요 매수자였던 사모펀드의 관심도 식었다.
지난해와 올해 적지 않은 매물이 밸류에이션 눈높이 차이로 매각에 실패했다. 시장은 이제 ‘고성장 프리미엄’보다 ‘확실한 흑자 구조와 가맹점 리스크 관리’를 먼저 본다. 인지도가 높아도 ‘고점을 지났다’고 판단되면 좀처럼 팔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본의 관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향하는 곳이 또렷해졌다. 냉동김밥은 해외 소매에서 자리를 잡았고, K-소스와 라면 같은 식품 수출은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다. 2025년 라면 수출은 약 15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국내 상권에 뿌리내린 외식 프랜차이즈와 해외 유통망·공급망이 관건인 식품 제조·수출업은 자본이 값을 매기는 잣대도, 떠안는 위험도 다른 사업이다. 이 둘을 같은 ‘K-푸드 열풍’으로 묶는 것은 편리한 서사일 뿐이다. 공통분모가 있다면 하나다. 검증된 수익과 성장 서사를 함께 갖춘 브랜드만 자본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를 일군 창업주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시장이 신중해진 지금일수록 답은 기본에 가깝다.
첫째, ‘규모’가 곧 ‘가치’는 아니다. 매수자는 매장이 몇 개인지보다 한 매장이 얼마를 남기며 그 수익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본다. 둘째, 해외 확장성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보다 브랜드와 운영 노하우가 오너 한 사람의 손을 떠나서도 굴러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특수관계인 거래를 걷어낸 투명한 재무제표, 오너와 법인이 뒤섞이지 않은 지분·자산 관계, 가맹점과의 법적 분쟁 리스크 관리는 매각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갖춰야 한다. 실사에서 이 기본기가 확인되는 회사가 결국 제값을 받는다.
컴포즈가 던진 질문은 2년이 지나 오히려 또렷해졌다. 시장이 뜨겁든 식었든 결국 팔리는 회사는 정해져 있다. 수익을 내고, 오너 개인에 기대지 않으며, 장부가 투명한 회사다. 골목에서 쌓아 올린 브랜드의 가치를 자본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옮겨 두는 일. 그 준비를 시작할 시점은 시장의 온도와 무관하게 바로 지금이다.
김대업 브릿지코드 M&A센터 전무
aret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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