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국채금리 발작에 은행채 금리 상승
하향세 그렸던 은행 고정형 주담대 금리도 반등
기준금리 인상 시 연내 주담대 상단 8% 가능성
은행 총량 관리 위해 금리 문턱 유지할 듯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은행에 대출 한도를 더 준다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평소 눈 여겨 보던 주택 구입을 위해 은행을 찾았다. 30년 만기로 4억5000만원을 빌리려는 A씨가 적용받게 될 금리는 연 7.1%.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만 월 300만원에 달한다. 예상보다 높은 금리에 당황한 A씨. 설상가상으로 미국과 일본의 장기 국채 금리가 최근 급등하면서 은행들의 대출금리도 덩달아 오를 수 있다는 소식에, 연 7%대 금리도 감지덕지로 여기고 대출을 받아야할지 고민이다.
[헤럴드경제=서상혁 기자] 미국과 일본발 국채금리 발작에 국내 은행권 대출금리도 다시 상승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까지 이어질 경우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내 8%에 다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8·13 부동산 대책으로 가계대출 총량 증가분이 약 30조원 생겨 대출문이 다시 열렸지만, 정작 대출 금리가 더 높아지는 상황에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권 고정형 금리의 기준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5개 평가기관 평균치)는 지난 20일 기준 연 4.398%로 집계됐다. 5년물 금리는 미국과 이란의 분쟁 장기화와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감으로 지난 4월 17일 연 3.865%에서 6월 8일 4.473%으로 상승했다. 이후 8월 5일까지 연 4.243%으로 하락하다 최근 다시 반등한 것이다.
최근 금리 상승 배경으로는 미국발 국채금리 급등세가 꼽힌다. 미국 정부의 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40조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이를 상환하기 위한 차환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동 분쟁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 간 자금조달 경쟁 등이 국채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금리 상승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를 끌어 올린 배경이 구조적 요인인 만큼, 단기간 해결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선 일본계 자금의 본국 환류를 뜻하는 ‘리패트리에이션’ 가능성도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19일 미국 정부가 바이백(재매입)을 선언하며 30년 만기 금리가 전날 연 5.33%에서 연 5.19%로 급락했지만, 다음날 다시 연 5.24%로 반등하면서 효과가 무색해졌다.
은행채 금리가 다시 오르면서 국내 은행권 대출금리도 상승세를 그릴 전망이다. 5대(KB·신한·하나·우리·NH) 은행의 이날 기준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연 7.17%로 전날(20일) 연 7.16% 대비 소폭 올랐다. 5대 은행의 고정형 금리 상단은 지난 달 31일 연 7.50%로 정점을 찍은 후 20일까지 하향 곡선을 그렸는데, 최근 은행채 금리가 다시 오르면서 반등했다. 시장에서는 연내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까지 이뤄질 경우 금리 상단이 연 8%에 다다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부의 8·13 부동산 대책으로 그동안 막혀 있던 대출 한도가 일부 풀리면서 대출 문 자체는 다시 열리게 됐지만, 여전히 높은 문턱에 차주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예컨대 현재 5대 은행 대출 금리 상단인 연 7.1%로 4억5000만원(30년 만기·원리금균등분할 상환)을 빌릴 경우 매달 내야 할 원리금은 302만원이 된다. 만약 8%로 오를 경우 원리금은 330만원으로 늘어난다.
변동형 금리도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변동형 대출금리의 준거금리인 코픽스는 정기예금, 은행채 발행량 등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에 따라 달라진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7월 신규코픽스는 3.18%로 3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했다. 변동금리 반영 기준은 통상 6개월인 만큼, 올해 초 변동형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이자 납입액은 더 늘어날 예정이다.
정부의 추가 대출 한도 부여에도 은행들은 개인별 한도 제한이나 우대금리 축소·폐지 등 자체적인 대출 관리 조치는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새로 배정받은 한도의 상당 부분을 집단대출이나 취약계층 지원에 활용해야 하는 만큼, 일반 대출까지 문턱을 낮출 경우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모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한도 규제를 풀거나 금리를 낮출 경우 대출 수요가 빠르게 몰릴 수 있다”며 “이번 정책의 취지가 집단대출 등 긴급한 수요를 해결하라는 뜻이니, 당분간 타이트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hy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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