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아르헨티나 리튬 프로젝트 르포

백두산 1.5배 높이 고지대

하루 20억원 ‘황금소금’ 생산

축구장 1250개 규모 폰드

서울시 절반 크기 염호 광권 확보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 조성된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폰드 전경. 염수를 자연 증발시켜 리튬 농도를 높이는 상공정 시설이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 조성된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폰드 전경. 염수를 자연 증발시켜 리튬 농도를 높이는 상공정 시설이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헤럴드경제(살타)=정경수 기자] “1970년 영일만 갯벌에 포항제철이 첫 삽을 뜰 때도 이런 풍경이었을까?”

안데스산맥 해발 4000m 황무지는 반세기 전 포항제철이 산업화의 첫발을 내디딘 영일만을 연상시켰다. 나무 한 그루 없는 황갈색 사막, 비포장도로, 사람보다 비쿠냐(야생 낙타과 동물)가 더 많이 보이는 땅 위를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강한 자외선이 얼굴을 파고들었다. 물도, 전기도 없던 이 척박한 땅 아래에서 포스코는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핵심 원료를 길어 올리고 있었다.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살타 공항에서 16인승 경비행기를 타고 35분. 구름 아래를 뚫고 고도를 높이자 끝없이 이어진 안데스산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윽고 구름이 걷히자 에메랄드빛 호수들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비행기에서 촬영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폰드 전경. 염수를 자연 증발시켜 리튬 농도를 높이는 상공정 시설이다. 정경수 기자
비행기에서 촬영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폰드 전경. 염수를 자연 증발시켜 리튬 농도를 높이는 상공정 시설이다. 정경수 기자

호수처럼 보였던 것은 모두 리튬을 농축하는 폰드다. 세계적인 리튬 매장지인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 들어선 포스코홀딩스 ‘황금소금’ 프로젝트의 상공정이다. 지하 400~500m에서 끌어올린 염수는 이곳에서 약 4개월간 자연 증발 과정을 거치며 리튬 농도가 5배까지 높아진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진 폰드는 여의도 면적의 약 3배, 축구장 1250개를 합쳐 놓은 규모다. 사람은 살기 힘든 곳이지만 리튬 생산에는 천혜의 환경이다. 안데스의 강한 일사량과 건조한 기후가 천연 농축기 역할을 하며, 염수는 별도의 에너지 투입 없이 자연 증발만으로 농축된다.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고농도 염호로, 칠레 아타카마 염호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리튬 자원으로 꼽힌다.

19일(현지시간)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사업장이 위치한 아르헨티나 해발 4000m 고지대 활주로에 착륙한 경비행기. 정경수 기자
19일(현지시간)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사업장이 위치한 아르헨티나 해발 4000m 고지대 활주로에 착륙한 경비행기. 정경수 기자

박현 포스코아르헨티나 법인장은 “리튬 사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좋은 염수를 얼마나 경제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포스코는 염수를 직접 확보하는 구조여서 원료비가 전체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도 되지 않는다. 이 원가 경쟁력이 리튬 사업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인근에 위치한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2공장 전경. [포스코홀딩스 제공]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인근에 위치한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2공장 전경. [포스코홀딩스 제공]

서울 한강 이남만 한 염호…100년 캐도 남는 리튬

포스코가 확보한 염호 광권은 총 287㎢로, 서울 한강 이남 면적과 맞먹는 규모다. 여기 매장된 리튬 자원은 약 1500만톤이다. 현재 기술과 경제성 기준으로도 약 50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1·2공장의 연간 생산능력(5만톤)을 적용하면 최소 100년 이상 생산이 가능한 규모다. 향후 리튬 회수 기술이 고도화되면 채굴 가능한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19일(현지시간) 비행기에서 촬영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폰드 전경. 염수를 자연 증발시켜 리튬 농도를 높이는 상공정 시설이다. 정경수 기자
19일(현지시간) 비행기에서 촬영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폰드 전경. 염수를 자연 증발시켜 리튬 농도를 높이는 상공정 시설이다. 정경수 기자

미래 먹거리로서 경제성도 충분하다. 정상 가동 중인 1공장은 하루 약 70톤의 배터리용 수산화리튬을 생산한다. 최근 국제 시세(톤당 약 2만달러)를 적용하면 하루 생산액은 약 20억원 규모다. 올해 10월 연산 2만5000톤 규모의 2공장까지 가동되면 생산능력은 두 배로 늘어나 하루 생산액도 약 40억원 수준으로 확대된다.

포스코는 이후 3·4공장까지 완공해 2033년 염수리튬 생산능력을 연간 10만톤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시세를 단순 적용하면 하루 생산액은 약 80억~1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서석종 포스코아르헨티나 건설인프라실장이 19일(현지시간)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리튬 폰드에서 생산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정경수 기자]
서석종 포스코아르헨티나 건설인프라실장이 19일(현지시간)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리튬 폰드에서 생산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정경수 기자]

물도 전기도 없던 황무지…16년 집념으로 세운 리튬 도시

허허벌판을 세계적인 리튬 생산기지로 바꾼 포스코의 16년 집념은 현장 곳곳에서 느껴졌다.

방문한 날에도 상공정 고지대에는 포스코 직원 180명과 협력사 직원 등을 합쳐 약 800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영하 8도의 추위에도 이들은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공장을 지켰다. 폰드는 제철소의 고로처럼 한순간도 멈출 수 없는 설비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눈이 오나 영하의 날씨에도 매일 폰드를 돌며 염수 농도를 측정했다.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와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공장 위치도. [포스코홀딩스 제공]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와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공장 위치도. [포스코홀딩스 제공]

이들은 백두산의 약 1.5배 높이에 달하는 고지대에서 7~14일간 근무한 뒤 저지대로 내려가 휴식을 취하고 다시 현장으로 복귀한다. 출퇴근길도 험난하다. 변덕스러운 고산 기후 탓에 경비행기 10편 중 3편은 결항하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직원들은 비포장 산길을 버스로 8시간가량 이동해 현장을 오간다.

아르헨티나 살타주와 카타마르카주에 위치한 포스코홀딩스 리튬 사업장 위치도. [포스코홀딩스 제공]
아르헨티나 살타주와 카타마르카주에 위치한 포스코홀딩스 리튬 사업장 위치도. [포스코홀딩스 제공]

지금은 그나마 사정이 나아진 편이다. 포스코가 2018년 염호 광권을 인수했을 당시만 해도 이곳에는 도로도, 전기도, 물도 없었다. 사람부터 머물 수 있는 캠프를 조성한 뒤 30~40㎞ 떨어진 곳에서 담수를 끌어오는 파이프라인을 설치하고 LNG 발전소를 세웠다. 최대 시속 150㎞의 강풍과 영하 20도의 혹한 속에서도 공사는 멈추지 않았다. 건설이 한창일 때는 2000명 가까운 인력이 이 황무지에 머물며 공사를 이어갔다.

포스코 아르헨티나 리튬 프로젝트
포스코 아르헨티나 리튬 프로젝트

서석종 포스코아르헨티나 건설인프라실장은 “지금 보이는 시설 가운데 쉽게 만들어진 것은 단 하나도 없다”며 “설비 하나를 들여오는 데도 평지의 몇 배 시간이 걸렸고, 강풍이 불면 모든 작업이 멈춰 공사 일정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하는 일이 반복됐다. 공사를 완성한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웠다”고 회고했다.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 조성된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폰드 전경. 염수를 자연 증발시켜 리튬 농도를 높이는 상공정 시설이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 조성된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폰드 전경. 염수를 자연 증발시켜 리튬 농도를 높이는 상공정 시설이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여긴 자원외교 전쟁터”…철강보국 넘어 소재보국으로

2024년 준공된 1공장은 약 2년간의 램프업(생산 안정화) 과정을 거쳐 최근 가동률이 100%에 도달했다. 광산 프로젝트는 생산 안정화에 통상 2~5년이 걸리지만, 포스코는 이달 램프업을 마무리했다.

24시간 가동되는 상공정에서 생산된 인산리튬은 25톤 트럭에 실려 약 250㎞ 떨어진 살타주 구에메스 하공정으로 향한다. 원료는 이곳에서 한 차례 더 불순물을 제거하고 전기투석(BPED) 공정을 거쳐 배터리용 수산화리튬으로 완성된다. 완성된 제품은 450㎏ 톤백에 밀봉·포장된 뒤 항구를 거쳐 한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으로 출하된다.

비행기에서 촬영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폰드 전경. 염수를 자연 증발시켜 리튬 농도를 높이는 상공정 시설이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비행기에서 촬영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폰드 전경. 염수를 자연 증발시켜 리튬 농도를 높이는 상공정 시설이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공장 주변에는 중국 간펑리튬, 지진마이닝, 프랑스 에라메트 등 글로벌 리튬 기업들의 생산기지가 줄지어 들어서 있었다. 박 법인장은 공장 너머를 가리키며 “여긴 자원외교의 전쟁터”라며 “직원들은 대한민국 핵심광물 공급망을 지킨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자체 리튬 추출기술 개발에 착수한 뒤 16년간 이어온 기술 개발과 광권 확보, 공장 건설은 현장 직원들에게도 큰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올해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하면서 수십 년에 걸친 도전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살타주 구에메스의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하공정에서 생산된 인산리튬.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상공정에서 농축한 원료를 정제해 만든 중간 생산물로, 이후 공정을 거쳐 배터리용 수산화리튬으로 생산된다. 정경수 기자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살타주 구에메스의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하공정에서 생산된 인산리튬.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상공정에서 농축한 원료를 정제해 만든 중간 생산물로, 이후 공정을 거쳐 배터리용 수산화리튬으로 생산된다. 정경수 기자

박 법인장은 “포스코아르헨티나의 경쟁력은 충분히 검증됐다고 생각한다”며 “10년 넘게 공정을 고도화해왔고, 지금도 더 나은 기술과 공정을 개발하며 국가 핵심광물 공급망과 그룹의 소재 사업 기반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