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금융지주 CEO 3연임 제한 법제화 수정 배경
초안 대비 큰폭 완화된 주주총회 특별결의 가닥
7월말 여당 간담회 이후 기류 달라져
주식시장 조정 장기화에 외국인 주주 반발도 고려한 듯
금융권 안도 속 이사회 투명성 강화 목소리도
[헤럴드경제=서상혁·주소현·박혜림·유혜림 기자]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3연임을 법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던 여당과 금융당국이 위헌 우려감에 끝내 방향을 틀었다. 주식시장 조정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반발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경우 당장 3연임 제한 규정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금융권에선 “시장 논리에 입각한 개선안”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26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당정은 조만간 당정협의회를 열고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기존에 논의되던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금지 법제화가 아닌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으로 두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르면 9월 초께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주주총회 특별 결의 요건 설정은 3연임 금지와 비교하면 대폭 완화된 수준의 규제다. 3연임이 법으로 금지되면 기존 CEO는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자동으로 탈락하지만, 주주총회 특별 결의 요건이 되면 유력 후보가 되기 때문이다. 그간 각 금융지주 회장은 일정 수준의 실적만 받쳐줬다면 무리 없이 연임에 성공해왔다.
지배구조 개선안 논의 초반까지만 해도 3연임 금지 방안은 막강한 동력을 이어갔다. 지난 연말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CEO와 이사회를 싸잡아 ‘부패한 이너써클’로 비판하자, 여권에서도 지원사격에 나선 바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경우 지난 연말 기자간담회에서 “연임하고 싶은 욕구가 다들 많이 있는데 그 욕구가 너무 과도하게 작동되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7월 기자간담회에서는 아예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시기까지 못 박기도 했다.
기류가 달라진 건 지난 달부터다. 금융당국은 7월말 발표를 목표로 여당 정무위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지배구조 개선안을 논의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연임 제한 법제화를 담은 1안과 특별결의 요건으로 두는 2안으로 여당 의원 대상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복수의 의원들은 연임 제한 방안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 의원은 “1안에 대해 부족하다고 말한 의원도 있었지만 위헌 소지를 제기한 의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무위의 한 관계자는 “금융업은 정부가 보호하는 측면도 있는 만큼, 일견 공공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도 “그렇다고 무작정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하는 건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여당과의 비공개 간담회 이후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시기를 무기한 연기했다. 8대 금융지주 회장과의 간담회도 7월말로 잡아뒀지만, 이 역시 취소됐다.
주식시장 조정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 주주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 주주들이 국내 주식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이 막대한 상황에서, 3연임 금지를 법제화하면 시장에 부정적 시그널이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 시장 편입이 금융당국 최대 과제란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모 여권 관계자는 “7월 들어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무리할 필요가 있나 싶다”며 “정무적 판단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을 최대 79.25%에 달할 정도로 외국인 주주들의 입김은 강력하다.
주총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제언하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도 “글로벌 시장에서 관찰되는 현상은 획일적인 하드웨어식 임기 제한이 아니라, 지배구조 관행, 시장 규율, 규제당국의 감독에 의해 형성되는 자연스러운 리더십 주기”라며 “금융 서비스 업계의 CEO 임기는 대개 5~7년 사이의 비교적 일관된 범위 내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전략의 연속성과 주기적인 인적 쇄신의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결과”라고 반대한 바 있다.
실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지난 29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CEO 임기 제한보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주주의 견제 기능 강화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는데 충분히 검토했느냐”라는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높은 가치를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당정의 3연임 금지 법제화 선회에 금융권은 반기는 분위기다. 이번 정부 들어 생산적·포용금융이 새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에는 가계대출 총량규제까지 강화되면서 금융권의 ‘관치’ 우려가 상당한 상황이다. CEO 연임 요건까지 강화되면 더 강한 관치가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모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능력이 검증된 CEO에 대해 주주가 재신임 여부를 결정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배치될 뿐 아니라, 주주의 선택권과 권익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하던 방향이 아닌 점은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 중 신한·하나·우리금융의 회장의 경우 이미 연임을 확정지은 만큼, 당장 지배구조 개선안 적용 대상이 아니다. 현재 선임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KB금융의 경우에도 이번 3연임 제한 방안의 적용 대상은 아니었다. 다만 당국의 행보가 인선의 변수로 떠올랐던 만큼, 당정의 방향 선회는 연임 구도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번 지배구조 이슈를 계기로 금융권도 자성해야 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금융지주 CEO가 자신과 가까운 이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지주 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은 그간 계속해서 제기돼 온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금융사고 시 임원의 성과를 환수하는 ‘클로백’, 개별 임원의 보수 지급계획을 통제하는 ‘세이온페이’, 사외이사 임기구조를 차등화하는 ‘차등임기제’를 검토 중이다. 각 금융지주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의 영향력도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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