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용적률 상향…4.3만가구 추가 공급”
분담금 할인 등 공급 확대에 사업성 개선 기대
국토부 “정해진 바 없다” 해명…조급한 해석 경계
정부-지자체 협의 및 국회 입법 과정 시간 걸릴 수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정부와 서울시가 민간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용적률 상한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실제 주택 공급 확대와 조합원 분담금 감소로 이어질 지 관심이 쏠린다. 같은 땅에 더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게 되면서 정비사업의 사업성은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만 임대주택 공급 비율과 공공기여, 공사비, 이주비 대출 등 다른 조건에 따라 실제 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용적률 1.2배 완화시 4.3만가구 추가 공급”…분담금 1억 이상 절감 효과도
27일 정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회동에서 민간 정비사업의 법적상한용적률을 최대 1.2배까지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오 시장은 회동 뒤 “국토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재개발 용적률을 1.2배로 높이면 순증 물량이 더 늘어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6월 정부에 제출한 정비사업 제도개선안에서도 민간 정비사업에 법적상한용적률의 최대 120%를 적용하고, 용적률 완화를 위해 공급해야 하는 임대주택 비율도 낮춰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제도가 현실화하면 제3종일반주거지역의 경우 법적상한용적률 300%를 기준으로 최대 360%까지 높일 수 있게 된다. 단순 계산으로는 종전보다 연면적을 20% 더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공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 시장은 “현재 서울시가 추진 중인 2031년까지 정비사업 31만가구 착공 계획 가운데 기존 주택을 제외한 순증 물량이 8만7000가구 수준이지만 용적률을 1.2배로 높이면 약 4만3000가구가 추가돼 총 13만가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용적률 상향이 조합원 분담금을 낮추는 효과도 확인된다. 지난 7일 서울준공업지역 발전포럼이 최근 공개한 ‘준공업지역 제도개선에 따른 주거정비사업의 경제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대 연구진이 약 500가구 규모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법적상한용적률 300%와 400%를 비교한 결과 조합원 평균 분담금은 4억9900만원에서 3억2200만원으로 1억7700만원(35.5%) 줄었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적용한 용적률 인센티브 사례에서도 분담금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도봉구 방학신동아1단지는 사업성 보정계수 2.0을 적용해 허용용적률 인센티브가 20%포인트에서 40%포인트로 확대되면서 분양 가능한 주택이 3671가구에서 3819가구로 148가구 늘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분양수익이 약 1060억원 증가하고 조합원 1인당 분담금은 약 3800만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미 정비계획을 수립한 사업장에서도 새로운 사업성 계산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법 개정과 세부 적용 기준에 따라 기존 정비구역이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 정비계획 변경을 거쳐 추가 용적률을 확보하는 선택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규제 완화를 계기로 기존 정비계획을 다시 짜면서 공급 물량을 늘린 사례가 있다. 동대문구 전농12구역은 올해 4월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을 통해 용적률을 기존 240%에서 최대 360%까지 높이면서 공급 규모를 297가구에서 548가구로 확대했다. 법적상한용적률 적용으로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은 공공주택으로 공급하도록 했다.
영등포구 양평동 신동아아파트도 올해 7월 정비계획 변경안이 통과되면서 준공업지역 공동주택 용적률 완화 기준을 적용받아 공급 규모가 기존 563가구에서 762가구로 199가구 늘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조합원 부담금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즉각 선 긋기…국회 입법 및 공사비 부담에 실제 속도낼지 의문
문제는 용적률 상향에 국토부가 동의하더라도 절차상 속도를 내긴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회동 당일 별도 설명자료를 통해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1.2배 완화와 관련한 검토 방향 등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정부가 용적률 상향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했다고 발표하자, 조급한 해석을 경계하며 선을 그은 것이다.
때문에 시장에선 ‘서울 주택 공급’을 둘러싸고 정부와 서울시가 여러 카드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쉽사리 협의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협의가 이뤄지더라도 국회 입법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당초 여야는 26일 본회의에서 정비사업 절차 단축 등을 담은 도시정비법·도시재정비촉진법 개정안 처리를 논의했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상정이 무산됐다. 해당 도시정비법 개정안에는 민간 정비사업의 법적상한용적률 확대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국회에는 이미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이 민간 정비사업의 법적상한용적률을 최대 1.3배까지 높이는 별도 개정안을 발의해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용적률 완화가 실제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임대주택과 공공기여 부담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적률이 높아져 전체 주택 수가 늘더라도 추가 연면적 가운데 상당 부분을 공공주택으로 제공해야 하거나 공공의 주택 인수가격이 실제 사업비에 크게 미치지 못하면 조합이 확보하는 일반분양 수익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층화에 따른 비용도 변수다. 추가 용적률을 소화하기 위해 층수를 높이거나 동 수를 늘리면 구조·설비와 공사비 부담이 증가하고 교통·경관·기반시설 계획을 다시 검토해야 할 수 있다. 용적률 증가 폭을 그대로 주택 공급 증가율로 환산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용적률을 법적상한의 1.2배까지 높여도 공공주택 의무와 인수가격, 분양가 규제가 그대로라면 조합의 실익은 제한적일 수 있다”며 “고층화에 따른 공사비와 심의 부담까지 고려하면 단순히 용적률에 1.2를 곱해 공급량을 계산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조합 입장에서는 용적률 완화를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늘어난 용적률을 무조건 적용하기보다 임대주택 공급 등 조건을 감안해 실익을 따져볼 것”이라며 “실제 공급 속도를 높이려면 용적률 완화뿐 아니라 이주비 대출 등 금융 지원도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qu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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