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개최된 베트남 공산당 제14차 당대회는 베트남 경제 발전사의 중대한 분수령이 되고 있다. 이번 당대회에서 베트남 정부는 공식적으로 ‘민족 도약의 시대’를 선포하며 연평균 10% 이상의 두 자릿수 경제성장이라는 대담한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 당 창립 100주년까지 ‘중상위 소득국’, 건국 100주년인 2045년 ‘고소득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국가 장기 비전을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목표 앞에는 ‘중진국 함정’이라는 구조적 장벽이 놓여 있다. 그동안 베트남은 저임금의 풍부한 노동력과 적극적인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단순 조립 및 임가공 중심의 저부가가치 제조업 구조에 계속 머문다면, 인건비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성장의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결국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탈피해 총요소생산성(TFP) 개선과 기술 혁신 중심의 고부가가치 체제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그간의 성공 방정식이었던 저임금·임가공의 산업 구조가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는 중진국 함정의 장기 정체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고 연 10% 성장을 현실화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단연 ‘대규모 인프라 확충’이다. 현재 베트남 GDP의 18%에 달하는 높은 물류비용과 공장 운영의 최대 리스크인 전력 불안정은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는 핵심 병목 요인이다. 남북고속철도, 신공항 및 항만 등 핵심 교통망을 조속히 완비해야 한다.

이에 더해 첨단 제조업 유치를 위한 안정적인 전력망과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도 절실하다. 나아가 5G 통신망과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병행되어야만 첨단 기술 기반 경제로의 체질 개선이 가능하다.

인프라 투자와 함께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제도 개혁’과 ‘미래 산업 육성’이다. 관료주의적 관행, 복잡한 행정 절차, 일관성 부족한 규제는 외자 유치를 방해하는 주요 걸림돌이다. 과감한 행정 개혁을 통해 인프라 투자의 집행 효율성을 높이고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성장 동력 산업을 육성하고 전문 인력을 대대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1986년 ‘도이머이’가 시장 개방으로 베트남을 빈곤에서 구했다면, 이번 당대회는 기술과 제도의 대혁신을 통해 국가 체질을 선진국형으로 바꾸는 전환점이다. 인프라 확충, 제도 개혁, 첨단 산업 전환이라는 삼박자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베트남은 글로벌 경제의 핵심 축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것이 이번 당대회가 ‘제2의 도이머이’라 불리는 이유다.

베트남의 ‘제2의 도이머이’에 동행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는 다름 아닌 한국이다. 베트남의 최대 외국인 누적 투자국으로서 그간 한국의 기업들은 휴대전화, 가전, 섬유 산업 등에서 ‘메이드 인 베트남’ 제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을 함께 공략해 왔다. 또한, 최근에는 반도체, 전력, 에너지, 인프라 등 첨단 산업으로 협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의 동반 성장이 ‘제2의 도이머이’ 시대에서도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영진 한국무역협회 아주본부장·호치민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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