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베니스서 최초 공개…7분간의 기립박수

이창동의 귀환에 외신·평단 만장일치 극찬

타임지 “부드럽고 관대한 정신을 가진 영화”

이창동 감독과 설경구 전도연, 조여정, 조인성이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영화 ‘가능한 사랑’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
이창동 감독과 설경구 전도연, 조여정, 조인성이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영화 ‘가능한 사랑’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리암과 노엘 갤러거(영화 ‘오아시스: 돈 룩 백 인 앵거’)가 베니스를 정복한 어느 날 밤, 이창동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의 분위기를 단숨에 이상적인 분위기로 되돌렸다.”(할리우드리포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 6일(현지시간) 오후 그 베일을 벗었다. ‘가능한 사랑’ 상영 이후 이탈리아 베니스 살라 그란데 극장은 7분간의 열광적인 기립 박수로 가득 찼고, 전 세계 초연 현장을 함께한 배우들은 감격의 박수와 터져 나온 눈물로 뜨거운 호응에 보답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이 감독은 (기립 박수 세례에) 고개를 숙이고 손을 흔들었다”면서 “영화제의 직원들이 다음 상영을 위해 그것을 중단시켰지만, 환호는 여전히 뜨거웠다”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베니스행을 앞두고 이 감독이 가장 궁금해했던 ‘최초의 반응’은 호평 그 자체다. 외신과 평론가들은 작품 공개와 동시에, ‘버닝’(2018) 이후 8년 만에 돌아온 거장과 ‘가능한 사랑’에 대한 만장일치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영화 ‘가능한 사랑’ [넷플릭스 제공]
영화 ‘가능한 사랑’ [넷플릭스 제공]

영화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인 호석(설경구 분)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 분), 그리고 그들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남기고자 하는 감독 예지(조여정 분)와 그의 부유한 남편 상우(조인성 분)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베니스영화제를 찾은 이창동 감독은 ‘가능한 사랑’에 대해 “영화에 대한 고민, 그리고 근본적으로 변화해가는 인간관계에 대한 우리의 질문이 담겨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변화하고 있는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결국에 그 바탕엔 사랑이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미 매체 버라이어티는 “아름답게 성숙하고, 조용히 거대한 관계 드라마”란 제하의 기사에서 이창동 감독을 “우리 시대의 최고 감독 중 한 명”이라고 일컬으며, 영화가 계급과 노동 착취라는 무거운 주제를 관계 드라마와 매끄럽게 엮어낸 점, 놀라움과 필연성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서사 구조를 높이 평가했다.

매체는 “겉으로는 사회적 분열 양측의 두 부부간 관계를 따라가는 드라마이지만, 각 순간이 마치 늘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무언가를 말해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면서 “그(이 감독)가 만든 반짝이고 울림 있는 작품은 인간 상호 작용의 풍경을 독특하고 우아하게 풀어내며 후회스러우면서도 관대한 결말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창동 감독이 6일(현지시간)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가능한 사랑’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이창동 감독이 6일(현지시간)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가능한 사랑’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타임지는 ‘가능한 사랑’을 “사람들이 플라토닉하게든, 로맨틱하게든 서로를 돌보게 되는 방식을 추적하는 작품”이라면서 “세상에서 어떻게 기능할지 알아가는 영화이자, 부드럽고 관대한 정신을 가진 영화”라고 소개했다.

매체는 이 감독이 이번 영화를 만들며 폴란드 감독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10부작 TV 영화 시리즈 ‘데칼로그’(1988)의 마지막 에피소드 속 ‘네 이웃의 것을 탐내지 말라’는 계명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전하며 “영화는 우리가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지 못할 때 찾아오는 절박함을 탐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지키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시점에, 비록 소수의 사람이 세계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사랑’의 매력은 전작인 ‘버닝’(2018)보다도 클지 모른다”면서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씁쓸하면서도 우아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데드라인은 약 3시간여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다소 길게 느껴진다”고 짚으면서도, 두 부부의 갈등이 드러나는 순간부터 영화가 “홀린 듯한 방식으로 초점을 찾는다”고 평했다.

영화 ‘가능한 사랑’랑‘에서 미옥을 연기한 배우 전도연이 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참석해 팬들에게 사인을 하고 있다. [로이터]
영화 ‘가능한 사랑’랑‘에서 미옥을 연기한 배우 전도연이 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참석해 팬들에게 사인을 하고 있다. [로이터]

매체는 ‘가능한 사랑’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과 계급 갈등이라는 점에서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있지만, 팬데믹으로 더욱 분열된 세상에서 사랑과 갈망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라는 이 작품만의 메시지에 더욱 주목했다.

데드라인은 “이 두 부부의 삶이 부유한 이들과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삶과 교차하면서, 여러 차원에서 인간의 욕망과 사랑에 대한 필요가 드러난다”면서 “(작품 속) 계급 갈등과 노동자에 대한 무관심은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더 자주 발생하고 있는 문제”라고 짚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가능한 사랑’은 미옥과 호석이 가족의 무너져가는 정신을 지탱하기 위해 싸우는 모습을 그리며, 3시간에 걸쳐 자신감 있게 전개된다”면서 “이 감독은 ‘버닝’에 이어 또 한 번 불안하고 신비로운 계급과 욕망에 대해 탐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디언은 영화가 말하고 있는 이 시대 스토리텔링의 민낯에 집중했다. 매체는 “영화는 제작자들이 어떻게 실제 사람들의 고통을 훔쳐내 예술을 창조하는지, 그 과정에서 개인을 기업과 부유층만큼이나 잔인하게 비인간화하는지를 질문한다”면서 “결국 등장인물들의 말하지 않은 적대감과 은밀한 욕망에서 비롯된 충격적인 교류가 벌어진다”고 전했다.

영화 ‘가능한 사랑’ [넷플릭스 제공]
영화 ‘가능한 사랑’ [넷플릭스 제공]

극 중 주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버라이어티는 전도연의 캐릭터 해석이 “올해 가장 정교한 연기 중 하나”라고 극찬했고, 타임지는 “설경구는 폭발적이며, ‘가능한 사랑’의 고통스러운 심장”이라고 평했다.

데드라인은 “모든 배우가 잘 캐스팅돼서, 이 감독의 비전을 완벽하게 영화에 담아냈다”고 밝혔고, 가디언은 “조여정이 연기한 예지는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며, 설경구는 호석이란 캐릭터에 새로운 층위를 더하는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다”고 평가했다.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