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감 승인 학교자율시간 과목
교실·통학로 위험부터 재난대응까지
학생이 직접 위험요소 조사·판단제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건강한 습관을 지키면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어요.”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신초등학교 5학년 교실. 28명 안팎의 학생들은 ‘함께 만드는 안전’ 교과서를 펼쳐놓고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생활 속에서 지켜야 할 습관을 하나씩 짚었다.
감염병이 어떻게 퍼지는지부터 예방과 치료,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안전 습관까지 수업 내용이 이어졌다. 단순히 안전수칙을 외우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자신의 생활과 연결해 위험을 판단하고 대응하는 방식이다.
같은 시간 학교 1층 ‘숲사랑놀이터’에서는 4학년 학생들의 안전수업이 진행됐다. 놀이기구 붕괴 사고 등 놀이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황을 살펴본 학생들은 “놀이기구 위에 함부로 올라가지 않는다”, “놀이기구가 안전한지 먼저 확인한다” 등 각자가 생각한 안전수칙을 앞다퉈 외쳤다.
서울 초등학교에서 안전교육을 학교자율시간의 정식 과목으로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기존 안전교육이 교과나 창의적체험활동 과정에서 필요할 때마다 이뤄졌다면 학년별 성취기준을 갖춘 별도 과목을 통해 체계적으로 가르치겠다는 취지다.
서울잠신초등학교는 2026학년도 3~6학년 학교자율시간에 ‘함께 만드는 안전’ 과목을 운영한다고 16일 밝혔다. 학교자율시간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학교가 지역과 학생의 특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과목이나 활동을 설계·운영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함께 만드는 안전’ 수업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이 개발하고 안전교육 전문가의 감수를 거쳐 서울시교육감 승인 과목으로 지정됐다. 3~6학년 과정 모두 승인을 받아 학교 현장에서 정식 과목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안전교육은 범교과학습 주제나 창의적체험활동, 개별 교과의 관련 단원 등에 나눠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함께 만드는 안전은 ▷공간과 안전 ▷생활과 안전 ▷재난과 안전 등 3개 영역을 중심으로 학년별 성취기준을 구성했다.
단순히 안전수칙을 암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이 일상 속 위험 요소를 직접 찾고 분석해 대응 방법을 판단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위험교육 개념을 적용해 위험을 무조건 피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대신 위험의 성격을 이해하고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역량을 기르도록 했다. 학생들은 가정과 학교·통학로·놀이터 등에서 위험 요소를 직접 탐색하게 된다.
교육 내용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확대된다. 3학년은 교실·복도와 같은 공간의 위험과 보행·전기·가스 사고, 폭염·황사·화재 대응 등을 배운다. 4학년은 자동차와 디지털 기기, 학교폭력, 지진·한파·붕괴 사고 등으로 범위를 넓힌다.
5학년에서는 체험학습 장소와 체육시설, 대중교통, 식품 안전과 감염병·호우·태풍 등을 다룬다. 6학년은 개인형 이동장치와 자전거, 중독·성폭력 예방은 물론 유해물질과 홍수·산불 등 사회적 재난 대응까지 배우게 된다.
함께 만드는 안전은 학년별 내용체계와 성취기준, 평가 방향까지 마련돼 있다. 서울시교육감 승인 과목으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정식 개설돼 있어 희망하는 학교는 신청해 학교자율시간 과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배희숙 서울잠신초 교장은 “안전은 아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위험한 순간에 몸이 먼저 반응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며 “아이들이 스스로를 지키는 힘을 기르고 보다 안전한 환경 속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과목 활용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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