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두산밥캣이 유가증권시장 상장 수속을 재개한다.

두산밥캣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를 다시 시작한다고 13일 밝혔다. 상장일이 연기된 지난 10일 이후 3일 만이다. 공모 희망가는 낮추고 물량도 대폭 줄였다. 얼어붙은 기업공개(IPO) 시장 상황을 고려한 특단이었다.

▶물량 49% 30%, 희망공모가 3만3000원... “공모물량 소화 무리 없을 것”= 두산밥캣에 따르면 오는 내달 3일부터 4일 양일간 수요를 예측한 뒤 같은 달 8~9일 일반 공모를 거쳐 18일 상장할 예정이다.

두산 관계자는 전날 “이번 상장에서는 지난번 수요예측 결과 및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공모물량과 희망 공모가를 시장 친화적으로 조정했다”며 “물량은 3002만8180주로 종전 49%에서 30%로 대폭 줄이고 희망 공모가도 2만9000~3만3000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희망 공모가 밴드 기준으로 두산은 약 3900억~45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외부투자자 지분은 애초 21.6%였으나 일부 지분에 대해 바이백(buyback)이 이루어져 16.5%로 하향 조정됐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부분에서도 당초 높게 제시되었던 PER이 19.1~23.3배에서 13.5~15.4배로 낮아졌고, PBR도 당초 1.7~2.1배 수준에서 1.2~1.4배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합리적으로 책정된 수준임을 감안할 때 무리 없이 구주매출이 소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두산밥캣의 상장 재추진으로 두산그룹의 신용등급 하향 및 재무구조 개선 차질에 대한 우려도 불식될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두산밥캣의 11월 국내 상장으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구조, 나아가 두산그룹의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작년 말 기준 5조1000억원에 달했던 두산인프라코어의 순차입금 규모는 2016년 상반기 4조1000억원으로 낮아졌고, 두산밥캣 구주매출로 3조원대로 낮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IPO로 두산에 유입되는 자금까지 더하면 재무개선 효과는 총 1조 원 안팎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지난 8월 미국 노스다코다주 비즈마크에 준공된 밥캣의 R&D센터 ‘액셀러레이션센터’ 전경]
[사진=지난 8월 미국 노스다코다주 비즈마크에 준공된 밥캣의 R&D센터 ‘액셀러레이션센터’ 전경]

▶부채 많은 두산그룹, 상장 가능성 별개로 “규모 축소된 건 아쉬워”= 수요예측 실패로 한 차례 고배를 마셔야 했던 두산밥캣이 이번엔 과감히 “시장 친화적으로 조정”했다며 물량과 희망 공모가를 하향 조정했다. 상장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전망되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애초에 이번 IPO(기업공개)를 통해 두산그룹의 신용등급 하향을 막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려 했기에 예상 수급비용을 한참 밑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상장 재추진 과정에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의 구주매출이 당초 계획보다 줄면서 자급유입 규모가 축소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공모가가 밴드 하단인 2만9000원에서 결성될 경우 구주매출을 통해 두산인프라코어 및 두산엔진에 유입되는 현금은 각각 2070억원과 368억원으로 구주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고 전체 예상 공모 규모 역시 2조원에서 8708억원으로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채가 많은 두산그룹 특성상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이번 두산밥캣 상장 강행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 연구원은 “주력계열사들의 이익에 이자비용이 미치는 영향이 크고, 계열사들의 조달금리에 신용등급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하향 된 가격으로의 상장 강행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상장만 다시 실패하지 않는다면,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단기 유동성 우려는 완화돼 최악의 상황은 피한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투자의견은 밥캣 상장가격에 따라 크게 변동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반영해 기존의 ‘HOLD’를 유지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이번 공모에서 제외한 잔여 지분은 두산밥캣 상장 이후 자금 조달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재무 여력이 커진다”며 “올 상반기 공작기계사업 부문 매각 성과와 사업 턴어라운드에 힘입어 안정적 자금 흐름을 유지하고 있고 이번 IPO가 더해져 내년까지 도래하는 시장성 차입금 상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