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가 화제다. 드라마 속 도깨비는 우울하면 폭우를 내리고, 기분이 좋을 때는 한겨울에도 꽃이 피게 만들었다. 자유자재로 날씨를 바꿀 수 있는데다가 순간이동을 하고 미래를 보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 보니, 힘든 현실을 벗어나고픈 일반인의 대리만족과 기대심리도 인기요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올 한해 우리 산업경기도 쾌청해 보이지 않는다. 대한상의에서 발표한 ‘2017년 산업기상도 조사’에 따르면, 4차산업혁명의 수혜로 반도체 호황이 기대되는 IT·가전업종 한곳 말고는 주요 산업의 경기전망이 그리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수주절벽으로 17년만에 일본에 세계 2위 자리를 내준 조선산업, ‘내수감소·중국차상륙·미국내 투자압박’의 삼중고가 겹친 자동차산업 등의 경우 전망이 매우 어렵다는 의미의 ‘비’로 예보됐다. 글로벌 공급과잉과 무역장벽에 시달리는 철강산업, TPP 무산가능성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섬유·의류산업은 ‘흐림’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날씨는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희비를 가르기도 해 인공강우 등의 조작시도가 있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인간이 자유롭게 다루지는 못한다. 반면 산업에 드리운 먹구름은 우리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와 희망이 존재한다.

우선 햇볕을 가리는 장마전선이나 폭풍우같은 장애요인은 시급히 걷어내야 한다. 지금은 안정적 경제운용과 경제심리의 회복이 중요한 때다. 멀리 내다보고 일관된 정책을 운용해 기업의 시야와 예측가능성을 높이되, 새로운 부담을 늘려서는 안 된다. 법으로 할 것과 규범으로 할 것을 구분해 고용·지배구조 등에서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법안은 충분히 검증하고 도입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닥의 찬 기운을 덥혀 기업활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낡은 규제를 제거하는 한편 기업들이 보다 넓은 영역에서 자유롭게 일을 벌일 수 있도록 제도나 규제 틀 자체를 ‘정해진 것만 할 수 있는’ 사전·포지티브 방식에서 ‘일부 예외만 빼고 다 할 수 있는’ 사후·네가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 여기에 산업의 경기국면과 특징을 고려한 소비 및 투자 진작책을 더하면 효과는 더욱 배가될 수 있다.

몰려오는 이상기후에 대비하는 것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보호무역으로 인한 통상압력과 4차산업혁명 등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보 파악과 민관의 협업이 중요하다.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R&D정책을 도전형으로 전환해 변혁기에 주도권을 잡아나가는 근원적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어둡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을 가리켜 ‘도깨비 놀기 좋은 날’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 산업이 처한 상황은 거칠고 어지럽다. 하지만 경제와 산업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새로운 과제가 끊임없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여건이 우호적으로 바뀌거나 문제가 풀리기만을 마냥 기다리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가 직접 나서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사업구조 개편, 신사업 기회 창출에 힘을 보탤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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