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중소기업이 이스라엘로 처음 수출을 하게 됐다. 수출품은 메인 기계와 그것을 외부에서 조작하는 원격제어장치로 구성돼 있었다. 문제는 원격제어장치가 주파수로 작동되는 것이어서 이스라엘 측에서 수입승인이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주파수를 관할하는 정보통신부 담당 과장에게 수입승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협조를 구했다. 한참을 지나도 가타부타 대답이 없고 더 기다리라는 투다. 잘 아는 이스라엘 직원이 과장 위의 국장을 접촉하라고 한다. 하여튼 그 과장에 대해 고지하지 않고 국장을 바로 접촉해 수입 승인 문제를 해결 했다.
나라마다 문화적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특정 국가의 사람들이 모두 비슷한 정도로 어떤 성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문화적 차이는 대체적인 성향을 보여줄 따름이다. 이곳 이스라엘에서는 상하간 지위 의식이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다. 이스라엘 회의실에서 좌석 위치만 갖고 상대 지위 높낮이를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다른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한 이스라엘 수입상이 우리 업체로부터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납품 기간 단축에 필요하니 우리 비용으로 현지에 소규모 창고를 임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다고 수입량을 증가시키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이런 협상은 수익자 기준 혹은 수입자와 수출자간의 힘의 균형 등에 따라 결정된다. 수입상은 우리 수출업체에게 전액 부담을 요청했는데, 이것을 보면 ‘win-win’ 전략도 있지만 ‘win-lose’ 전략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상호 입장과 상황을 충분히 알고있는 상호 신뢰관계에서는 보통 win-win 전략을 사용하여 서로 양보하고 상호 이익을 취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으로 생각 된다. 그렇지만 상대방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는 정보 비대칭의 상황인 것으로 판단되면 win-lose 전략을 사용해도 결과적으로 상대방은 win-win이구나 생각할 수도 있다. 이스라엘 수입상은 이러한 정보 비대칭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요즘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 국민이나 민족 간 문화적 차이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사람들의 기질은 좀 독특해 보인다. 형식이나 지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이익, 주관적인 의견도 바로 표현한다. 물론 전부가 아닌 다수의 성향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격식을 다 빼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생각하다 보니 직관적인 판단이 가능해 지고 거기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독창적 생각과 사업수완은 널리 정평이 나있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 사람과 사업할 때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줄 필요는 없다. 그들이 그러하듯이 나름의 논리와 주관을 갖고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면 된다. 얼마 전 신문에서 이스라엘 기업들이 인도에서 문화적 차이로 어려움을 겪어 인도 시장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문화 차이로 고생하는 것은 직설화법의 대가인 유대인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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