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한국과 일본의 평균 소비성향이 지난해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이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인보다 허리띠를 더 졸라매는 상황이다. 경제성장률 하락과 고령화 추세 등을 고려할 때 소비성향은 ‘바닥 밑 지하실’을 향해 갈 가능성도 크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평균 소비성향은 71.5%로 20년간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74%)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소비성향은 세금, 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가구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 중 실제 소비지출 비중을 뜻한다.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자산가격 하락이 마무리되고 경제 성장률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소비성향이 상승했으나, 한국은 2010년 77.3%를 정점으로 6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74.1%로 급감한 뒤 매년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소비성향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 흐름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경험하게 될지 모르는 자산가치 하락에 대한 두려움과 경제 성장률 하락으로 소비성향이 낮아지고 있다”며 “기대 수명은 늘어난 반면 노후 준비가 부족한 은퇴 연령층이 증가하는 등 소비성향이 낮은 고령인구 증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의 소비성향 격차는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두드러졌다. 50세 미만의 경우 한국이 일본보다 소비성향이 높지만, 50세 이상부터는 추세가 역전돼 60세에서는 그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한국인이 30~40대까지 자녀 교육과 주택 구매 등으로 소비를 늘리다가, 나이가 들면서 부족한 노후 대비를 위해 소비를 줄인 결과로 풀이됐다.
이 가운데 소비가 증가한 품목은 주거비, 음식ㆍ숙박, 가사 서비스, 오락ㆍ문화 등이었다. 임차 가구 중 월세 비중이 증가하고 전세 임차료 물가 지수가 상승하면서 주거비 부담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교육, 통신, 의류비 지출은 감소했다.
향후 한국인의 소비성향은 추세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경제성장률 하락과 고령화 추세 등으로 근본적인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유 연구원은 “한국이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노인가구 증가로 소비성향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소비를 줄일 만큼 줄이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소비가 개선될 가능성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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