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당선인 신분에서 열렸던 첫 기자회견과 공식 취임식이 잠잠하게 넘어간 것과는 달리, 취임 이후 이어진 각종 발언은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 정책을 하나로 가로지르는 골자는 ‘미국 우선주의’이다. 여기에 기반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측면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재협상을 거론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도 공식화했다. 한미 FTA는 아직 공식적으로 재협상 테이블에 오르진 않았으나, 모든 FTA에 대해 총 점검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인 만큼 국내 정부 역시 재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구정 연휴 사이 발표된 반(反)이민 행정명령도 같은 맥락이다.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무슬림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임시 중단하는 조치에 서명함으로써 미국 우월주의 내지는 고립주의의 포문을 열었다. 전세계뿐 아니라 미국 내 각계 각층의 거센 반대에 백악관은 특정 종교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영주권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명했으나, 동시에 본 조치를 취소할 뜻이 없음을 밝혀 향후 파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연말 즈음 안정을 되찾았던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취임 직후 대형 송유관 신설을 가능케 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할 때나, 멕시코와의 장벽 건설이라는 대규모 인프라투자 정책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금융시장의 분위기는 긍정적이었다. 트럼프 식 경기부양책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미국 다우지수가 20,000포인트를 넘기는 등 금융시장은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각종 무역공조 파기 언급, 반(反)이민 행정명령 서명과 같이 시대에 역행하는 ‘고립주의’ 정신이 확인되자 금융시장은 불안과 변동성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가 당일 급등하는 한편, 주요국 증시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중국과 일본, 독일을 지명하여 수년간 통화가치 절하와 같은 조작을 통해 이득을 취하고 있으며 11월 이후부터 가파르게 지속된 달러 강세에 대한 불편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외환시장도 큰 변동성을 겪고 있다.
안타깝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킬 금융시장의 2차 불안은 이제 시작인 것 같다. 지난 11월 당선 직후 ‘트럼패닉(Trumpanic)’때 보다는 내성과 마음의 준비가 생겼다는 점은 충격을 다소 흡수하겠지만, 정책이 구체화됨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은 피할 수 없다.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감세, 보호무역주의, 재정적자 확대, 이민 등 정책의 주요 골자들이 구체적으로 발표될 때마다 경기부양 기대와 고립주의에 따른 반발을 오가면서 금융시장은 요동을 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이벤트는 2월 예산안 제출과 3월 미국 부채한도 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수많은 공약 중 금융시장 가격지수와 직결된 것은 재정정책이다. 지난 4분기 금리 급등 역시 트럼프 경기부양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이 결국 국채발행 확대로 조달될 것이라는 수급 우려로 촉발된 것이다. 때문에 아직 말을 아끼고 있는 재원조달 방법과 재정적자 이슈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위 2가지 일정은 1분기 중 미국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의회 일정에 따르면, 2월 초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게 되어 있다. 향후 의회와의 논의를 통해 상반기 중 예산안 및 세출법안 등을 심의하게 될 것이다. 3월 15일 미국 부채한도 협상도 남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수월하게 의회와 행정부가 재정에 관련한 사항들을 협의하느냐 여부가 향후 트럼프 재정정책의 현실성을 가늠하는 주요 척도가 될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1분기 중 금융시장, 특히 글로벌 금리는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기 보다는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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