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엔 기표대만…투표소는 2층 선관위측 “선거일정 촉박” 변명

지체장애 3급인 김은희 씨(57ㆍ여ㆍ가명) 씨는 지난해 총선때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기표대가 투표소 1층에 있는 반면 선거인명부 열람실과 투표함은 2층에 있었던 것. 김 씨는 전동휠체어가 있어야만 이동이 가능하지만 투표소에 승강기가 없는 탓에 이동이 불가능했다. 선거인명부 열람과 투표함 사용은 직원이 대신해주는 수 밖에 없었다.

김 씨는 “직원이 유권자 대신 선거인명부 열람을 하고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어주는 것은 진정한 참정권이라고 할 수 없다”며 “비밀 투표가 보장되지 않은데 어떻게 투표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19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장애인의 투표권이 온전히 보장받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체 투표소 1만3837개 소 중 10.77%가 1층이 아닌 곳에 위치해 있었고 사전 투표소 3511곳 중 17%가 1층에 있지 않음에도 승강기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성연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투표소 접근성은 지역별로 편차가 매우 크다“며 “접근성이 낮은 선거구는 계속 개선이 되지 않는 등 지역별로 ‘접근성 양극화’마저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표소 접근성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인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접근성 확보’에만 의미를 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선관위 측은 투표소에 승강기가 없더라도 1층에 임시 기표대를 마련하면 비밀투표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당참관인들이 참관한 후 유권자가 접은 투표지를 투표함에 단순히 옮겨 넣는 작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표권을 침해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했다.

문제는 이번 대선이다. 대선이 촉박하게 진행되는 탓에 장애인의 투표소 접근성이 지난해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작년에 썼던 투표소를 구하려고 하는데 5월에 행사가 많아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1층 투표소나 승강기있는 투표소를 최대한 구하려고 하지만 불가피하면 1층에 임시 기표소 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장투표 뿐만 아니라 거소투표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거소투표는 투표소에 가지 못하는 선거인이 우편으로 투표용지를 받아 선거하는 제도로 군인, 경찰공무원, 신체상 장애로 거동할 수 없는 사람 등이 신고하면 가능하다. 올해 대선에는 10만여명이 신고한 상태다. 지난해 장애인 요양원 시설원장이 거소투표를 허위신고하고 대리투표하거나 장애인 유권자들에게 특정 후보를 찍도록 강요한 사례가 적발되면서 선거범죄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거소투표소에도 원칙적으로 참관인이 있어야 하지만 감시에서 벗어난 곳도 다수 있다. 지난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시설 거주 장애인 선거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시설 75 곳 가운데 16%가 외부 참관인이 배석하지 않은 채 거소투표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난 총선까지 정당이 추천한 참관인이 참관하도록 했고, 아무도 없는 경우에는 공정선거지원단이 나가서 확인했다”며 “올해부터는 부정선거 의혹을 차단하고자 장애인단체의 추천을 받은 참관인을 투입하는 등 대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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