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기준 5237개 브랜드 성업 중 최근 ‘갑질 고질병’ 다시 수면위 부상 뿔난 소비자 불매운동 등 ‘동네북’ 돼 일부선 “피해는 여전히 가맹점주의 몫”
대한민국은 ‘프랜차이즈 공화국’이다. 넘치고 넘치는 게 프랜차이즈다. 프랜차이즈는 한때 퇴직자나 청년 창업자의 ‘희망’이었다. 장사도 잘됐었다.
이런 프랜차이즈가 최근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갑질과 불공정 관행의 대명사로 굳어지면서 공정위의 날선 칼날 앞에 서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한숨을 쉬면서 “예전의 부정적 모습에서 탈태환골하는 자정 노력이 시급해졌다. 그래야 생존의 길이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19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업계 자정 노력을 다짐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프랜차이즈는 개업도 많지만 폐업도 많은 대표적인 업종이다.
업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하루 평균 114개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새로 개업을 하는 동시에 66곳이 폐업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지난해 5000개를 넘어서 관련 시장의 극심한 경쟁 상태를 실감케 했다. 최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발표한 ‘2016년 가맹본부 정보공개서 등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5237개로 전년도(4844개)와 비교해 8.9% 늘었다. 2015년 기준 가맹점 수도 21만8997개로 전년(20만8104개) 대비 1만893개(5.2%) 증가했다. 이처럼 1979년 도입된 이후 급속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시장규모 100조원대로 발전해온 프랜차이즈는 최근 은퇴자들과 청년 예비창업자들을 중심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시장 경쟁이 과열되다보니 불공정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가맹본부와 대표의 갑질 문제가 연일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한쪽만 배를 불리는 양육강식의 무대가 돼선 프랜차이즈 시장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으며, 갑질이 근절돼야 프랜차이즈의 미래가 있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달초 미스터피자의 정우현 전 회장이 구속된 것은 대표적이다.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경우 가맹점에 피자 재료인 치즈를 공급하면서 회장의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를 중간에 끼워넣어 이른바 ‘치즈통행세’를 챙기는 한편 탈퇴한 가맹점 인근에 직영점을 열어 보복 영업을 하고 과도한 광고비를 떠넘겼다는 의혹으로 검찰이 수사 중이다. 또 유명 김밥 프랜차이즈 B사는 가맹점에 비싼 식재료와 광고비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가맹사업법 위반 건수는 2008년에 비해 지난해 2배 이상 증가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가맹 본사가 영업방식 등의 노하우와 브랜드를 제공하고 가맹점주들은 자본을 들여서 함께 성장해 나아가야 하지만 현실은 ‘갑을 관계’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전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의혹으로 인해 정작 피해를 입은 사람 역시 가맹점주였다. 뿔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인한 피해는 역설적으로 가맹점주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한 가맹점주는 “성추행 논란 이후 하루 매출이 거의 반토막이 났다”며 “본부 홍보만 믿고 가맹점을 열었다가 매출 부진으로 폐업하거나 불공정한 거래 관행으로 인해 점주들이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다른 가맹점주는 “계약 해지만큼 무서운 게 없는데 본사가 계약해지 권한을 쥐고 남용하고 있기 때문에 점주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가맹본부 오너 리스크 등의 갑질 논란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정부의 감독기관들이 ‘개혁 메스’를 꺼냈지만 이런 움직임만으로는 적폐를 해소하기란 쉽지 않다는 평가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에 대한 개선 요구 역시 최근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가맹본부의 수익구조 중 하나는 가맹비다. 그러나 로열티를 통해선 ‘마진’을 남길 수 없다. 이에 가맹본부들은 다른 곳에서 수익을 챙기기 시작했다. 가맹본부가 주요 재료를 가맹점에 공급하면서 얻는 마진이 바로 ‘유통수익’이다. 가맹본부가 저렴하게 매입해서 다수의 가맹점에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덩치가 큰 본부는 가맹점보다 물류를 구입하는 자금조달에도 훨씬 유리하다. 보통 다른 유통라인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없는 자체 노하우 상품을 공급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들인 수익을 가맹본부가 얻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가맹본부가 과한 수익을 추구다는 점이다. 공급재료 유통을 독점하면 거품은 언제든 만들어 낼 수 있다. 제품을 유통하는 데 부가되는 마진은 공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오너 친인척들이 식자재 공급 회사를 차려 물품을 공급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처럼 은근슬쩍 ‘통행세’를 잡으면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한 가맹점주는 “가맹본점이 재료 기준만 명확히 제시하면 문제가 될 게 없다”며 “계약 전까진 핑크빛 미래를 꿈꾸게 만들어놓고 계약 후엔 각종 비용을 떠넘겨서 갉아먹던 일부 ‘악덕’ 본부의 행태가 이번 계기로 뿌리 뽑히길 바란다”고 했다. 다른 가맹점주는 “어찌됐든 프랜차이즈가 공공의 적으로 내몰리고, 비판여론이 집중되면서 업계는 시련을 맞고 있다”며 “상생과 소통, 그리고 고객 신뢰가 싹트는 새로운 프랜차이즈 업계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원혁 기자/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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