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는다. 청와대도 언론도 ‘100일상’ 준비에 여념이 없다. 새 정부 지난 성과를 평가하고 당면한 과제를 점검한다.

100일상은 본디 아이를 위한 날만은 아니다. 진짜 주인공은 산모다. 무사히 아이를 낳고, 100일까지 키워낸 산모의 노고를 위로하고자 함이다. 100일상 앞에서 코에 입 걸리듯 환하게 웃는 이도, 뜨겁게 눈물 흘리는 이도 모두 아이가 아닌 산모다.

새 정부 취임 100일상을 앞둔 산모, 국민의 심정은 더 특별하다. 한두 번 낳아본 자식도 아니건만, 지난 출산만큼 고통스러웠던 적이 없다.

일국의 대통령이 국내외 매체의 풍자물 대상으로 전락한 굴욕을 감내해야 했고, 믿기 힘든 배신감에 국민은 일마저 손에 놓고 거리로 나와야 했다. ‘믿기 힘든 배신감을 믿기 힘든’ 국민 역시 거리로 나왔다. 탄핵에 찬성한 이도 반대한 이도, 결국 우리 국민 모두는 괴로웠다.

유례없는 산고에, 유례없는 조기출산까지 거쳐 낳은 새 정부다.

새 정부의 첫 정책목표가 ‘치유’였다면, 이는 충분히 이뤄냈다. 변화를 넘어 ‘파격’으로도 불리는 문 대통령의 소통 행보에 국민은 눈물까지 흘렸다. 5ㆍ18 후손도, 파독 간호사도, 상해군인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도 새 대통령의 손을 맞잡고 울었다. 그만큼 산고가 고통스러웠단 반증이다. 취임 100일까지 70%대의 높은 국정 지지율은 치유의 결과물이다.

파격이란 건 ‘1회성’이다. 파격과 감동은 거듭할수록 당연시된다. 취임 초, 문 대통령이 관행을 깨고 직접 인사 발표 현장에 나섰다. 돌연 취재진을 향해 “질문 없습니까”라고 되물었다. 파격이었다. 청와대에 처음으로 국회 여야 원내대표를 초청했을 당시, 문 대통령이 먼저 현장에 도착, 뒤늦게 들어오는 원내대표를 일일이 맞이했다. 파격이었다.

이젠 대통령이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각종 행사에서 먼저 도착하는 게 파격적이지 않다. 파격적인 소통 행보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더는 파격적이라 느껴지지 않는다는 데에 방점이 있다.

상처가 아물면 이젠 ‘치유’가 아닌 ‘예방’ 단계로 접어든다. 치유는 상처 원인 하나만 분석하면 되지만, 예방은 수만 가지 가능성을 염두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100일이 전 정권으로부터 생긴 상처를 치유하는 기간이었다면, 이제부턴 이 사회의 갖가지 문제를 점검하고 예방하는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치유 단계가 박근혜 정부의 반대로만 택하면 되는, 막힌 건 풀고 풀린 건 다잡는 ‘1차 방정식’이었다면, 진단과 예방 단계는 그 누구의 반대도 아닌 문재인 정부만의 선택을 내놔야 할 ‘고차 방정식’이다. ‘클리셰’ 같은 표현이지만, ‘이제부터 진짜 시험대’란 가장 적확한 표현이다.

안 아픈 자식 어느 하나 있겠느냐만, 온몸이 찢기듯 고통 속에 낳은 자식이니 미우나고우나 더 마음이 간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더 잔소리가 많다. 문 대통령 취임 후 100일, ‘허니문’ 기간이 무색하게 칭찬만큼 언론의 비판도 혹독했다.

막상 태어나보니 세상은 상상보다 험난했다. 국내는 ‘여소야대’ 정국이고, 국외는 ‘스트롱맨’ 정국이다. 북한은 새 정부의 ‘손짓’에 마치 ‘주먹질’로 답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 같은 환경은 취임 첫날에도 100일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대로다. 당장 눈앞엔 부동산 정책이 있고, 북핵 문제가 있다.

직전 정권만의 문제가 아녔다. 역대 정권마다 모두 부동산을 잡으려 했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역으로 말하면, 이 두 과제만 성공해도 새 정부는 유례없는 성과를 일궈낸 정권이 된다. 그뿐 아니다. 조세정책, 재벌개혁, 개헌 등 찬반으로 풀 수 없는 난제가 새 정부를 기다린다.

아직까지 새 정부의 접근법은 문재인 정부만의 색깔을 엿보기엔 부족해보인다. 예상 가능한 범주 내에 있는 탓이다.

박근혜 정부의 반대행보이자 참여정부의 행보와 닮았다. 이대로라면 ‘참여정부 2기’란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참여정부를 승화하는 게 아닌 답습하는 순간 또다시 한국 정치는 네 편ㆍ내 편의 흑백 대결로 귀결된다.

문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연다. 사전 질문ㆍ질문자를 정하지 않는 ‘프리스타일’이다. 형식으론 파격적이다. 관건은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도 아닌, 참여정부도 아닌 문재인 정부만의 정책이 열리는 첫날이길 기대한다.

고통스레 낳은 자식이 더 장성하길 바라는 건 모든 국민의 똑같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