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실패로 취업난 가속 현실안주 추구…‘공시족’ 열풍 저출산·노령화에 성장률 하락
두 차례의 위기는 사회 전반에도 ‘트라우마’였다. 위기에 대한 불안은 모험 보다는 안정, 미래 보다는 현실안주를 택하게 만들었다, 치열해진 경쟁과 양극화는 사교육 부담과 저출산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엄청난 사교육으로 자란 청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에만 몰두한다. 공시족 열풍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2000∼2015년중 연평균 3.9%에서 2016∼2025년중 1.9%, 2026∼2035년중 0.4%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2036~2045년엔 0%를 거쳐 2046~2055년에는 마이너스 성장 시대로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통계청이 추계한 전체 인구의 중위연령을 보면 더욱 적나라하다. 외환위기 당시 30.3세에서 2007년 36.1세, 2017년 42세를 거쳐 10년 후인 2027년엔 47.2세가 된다.
저출산도 심각하다. 1997년 1.52이던 출산율은 2007년 1.250으로 떨어졌고 지난해 말엔 1.172가 됐다.
고령화는 엄청난 복지부담을 낳는다. 복지재원을 위해서는 세수가 중요한데, 저출산은 납세기반의 약화다. 사회적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극단적인 안정성향으로 위험자산 투자나 모험자본 형성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경제활력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청년들의 꿈이 ‘먹고 사는 일’에 갇혔다. 실업률과 비정규직의 증가로 청년들은 안정된 직장을 추구하는 추세가 더 강해졌다. 외환위기로 상시화된 구조조정은 일자리 증가를 최소화시켰다. 조선 등 한계사업 구조조정 역시 일자리를 줄였다.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귀족노조 간의 야합은 정규직 철옹성을 높였고, 비정규직 문제를 심화시켰다. 국민연금을 압도하는 공무원연금 혜택까지 겹쳐 정규직이면서 구조조정 위험이 없는 공무원에 대한 선호를 폭발적으로 높였다. 대충 일하며 월급 받아 살고, 노후는 연금에 맡기자는 인생 설계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15세 이상 29세 이하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중 일반직 공무원 준비생, 이른바 ‘공시족’은 26만2000명에 달했다. 취업준비생 71만명 중 37%의 비중이다. 관련조사가 시작된 2006년부터 취업준비생 중 공시족은 30~40%를 유지해왔다.
일자리 확대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할 기업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2세, 3세 경영인들, 단기실적에만 집착하는 전문경영인들은 ‘유지’와 ‘효율’에만 매달리면서 ‘도전’에는 소홀해졌다.
국제연구기관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EM)’의 2016ㆍ2017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초기창업활동 비율은 6.7%로 조사 대상국 64개 중 52위로 나타났다. 그나마 전체 창업에서 절반에 가까운 46.4%가 도소매업 부문, 이른바 자영업이었다.
총수 있는 대기업들의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경제활동참가율, 수출증감율, 사업체수, 대기업 비중, 투자율, 법안가결율, 공무원 경쟁률 등을 지표로 자체 구성한 우리사회의 ‘기업가정신 지수’는 1997년 106.20 이었다가 2013년 66.55로 지속적으로 하락추세였다.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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