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인정비율 한도 낮아 대출로 주택구입 어려워 “서민 집마련이 투기냐”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DTI(총부채상환비율)니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이니 머리 싸매다 왔는데, 그럴 필요도 없었네요”
신(新) DTI 등 대출 한도 규제가 시행된 3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창구에서 만난 직장인 A(35)씨는 상담 내용이 적힌 종이를 접어 가방에 넣으며 허탈해했다. 영등포 인근 79㎡의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커 가는 아이들을 위해 110㎡ 정도로 집을 넓히려 대출을 알아보는 중이었다.
A씨는 아내와 자신의 소득증빙을 위해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까지 떼왔다. A씨 5800만원, 아내 2600만원이 찍혀있었다. 하지만 신DTI까지 가기도 전에 첫 단계인 LTV(주택담보대출비율)에서부터 막혔다.
A씨가 눈여겨 본 집의 KB시세는 7억원. 하지만 서울 전 지역은 담보인정비율(LTV)이 40%밖에 인정되지 않아 대출가능 최대 금액은 2억8000만원이다.
상담 직원은 “원래 담보대출이 있다면 30%밖에 나오지 않는데, 살던 집을 팔았다는 매매계약서가 있으면 40%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A씨가 살고 있는 집의 시세는 4억7000만원. 여기에 기존 대출금 1억원이 포함되어있다. 이사를 하려면 이를 기존 집에 걸려있는 대출금을 다 변제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3억3000만원은 필요하다.
A씨는 “세금이나 이사비용, 집 수리비용 등을 합하면 3억5000만원 정도는 필요할텐데 한도가 2억8000만원 뿐이라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예금을 다 끌어모은다 해도 5000만원 정도는 부족하다는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보고 있는 집이 지난 달만 해도 시세가 6억6500만원이었다”며 “규제는 강화됐는데 3주 사이에도 집값이 뛰니 실수요자들은 방법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4년의 전세살이를 마치고 자가로 전환해보려던 B씨(37)도 높은 집값 문턱에 부딪혔다. 며칠 전 집 주인이 집을 내놨다는 소식을 듣고, 오랫동안 정 붙이고 산 집이니 사려 했지만 여기도 LTV의 벽이 높았다. 집 주인이 내놓은 매매가는 8억원. LTV 40%를 적용하면 최대 한도는 3억2000만원이다. B씨의 전세보증금은 4억6000만원이어서 대출을 동원해도 2000만원 정도가 부족하다.
B씨는 “예금을 끌어모으면 해결할 수 있겠지만 기존 대출금 1억7000만원도 매달 원금과 이자를 갚고 있는 와중에 예비비 없이 덜컥 집을 사려니 엄두가 안난다”고 말했다.
A씨는 “내가 집으로 돈을 벌자는 것도 아니고 애들 좁은 집에서 복닥대는 것 좀 편하게 해주려는 것인데 이런 규제까지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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