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6474곳 조사 2045곳 불량 충북·인천 절반이상이 불합격 대부분 대피유도 시설 등 미비 스프링클러·소화전 제기능 못해 경찰, 밀양참사 병원장 등 출금 29명이 연기 속에 갇혀 사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에 이어 한 달 만에 39명이 사망하는 밀양 세종병원 화재가 발생하면서 복합건물의 화재 안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제천 화재 직후 소방청이 직접 전국의 찜질방 등 복합건물을 확인한 결과 셋 중 한 곳은 불량업소인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달 제천 화재 이후 전국 6474개 복합건물을 대상으로 진행한 소방점검 결과 불량이 적발된 건물이 2045곳으로 적발사항만 5704건으로 드러났다. 비율로 따지면 31.6%로 열 곳 중 세 곳은 화재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충북(59.6%)과 인천(56.6%), 강원(52.3%)은 조사 결과 멀쩡한 건물보다 불량 건물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앙소방특별조사단이 직접 조사에 나선 복합건물 5개소는 모두 불량으로 나타나 불량률 100%를 기록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밀양이 있는 경남 지역도 불량률이 24.3%에 달해 복합건물 네 곳 중 한 곳은 화재가 발생하면 제대로 된 대처가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43.8%)나 서울(37.6%) 등 주요 대도시의 불량률도 평균치를 넘어섰다.

점검 결과, 가장 많이 적발된 유형은 대피 유도등을 비롯한 피난설비 미비였다. 특히 전체 5704개 적발 사항 중 대피 유도등이 아예 없거나 사실상 무용지물인 경우가 1604건에 달했다. 대피 유도등은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건물 내부에 가득 차더라도 빛 등으로 출구를 안내하는 장치로 인명대피에 가장 중요한 설비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유도등이나 피난기구는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대형 인명피해를 막는 중요 설비”라며 “설치를 했다고 하더라도 자주 점검을 통해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초기에 진압할 수 있도록 돕는 소방설비도 대부분 불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점검에서 적발된 불량 스프링클러 적발 건수는 347건에 달했고, 건물 안에 설치된 소화전이 물건 등에 가로막혀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255건에 달했다.

특히 이번 세종 병원 화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불법 증축이나 개조 문제도 심각했다. 적발된 사례만 309건에 달했고, 비상구를 아예 막거나 방화문을 제거해버린 사례도 220건에 달해 과태료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특히 중앙소방특별조사단이 직접 조사한 서울의 한 유명 고층 주상복합 건물의 경우에도 7개의 지적 사항이 나와 기관통보까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들은 대부분 자체 소방점검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문제점들이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세종병원도 지난 2015년부터 자체 소방점검을 진행하며 모두 ‘이상 없음’으로 결론 냈지만, 실제 화재에서 병원 내 소방설비 등은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지난달 제천 스포츠센터 역시 건물주가 비상구가 모두 막힌 상황에서도 ‘셀프 소방점검’을 하며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다.

밀양 화재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병원 이사장인 손모 씨와 석모 병원장, 소방안전관리자로 등록돼 있는 김모 총무과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하고 형사 처벌 대상을 가리는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소방안전관리와 부실 점검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하는 중”이라며 “잘못된 부분 전반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