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 철강ㆍ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규제조치 명령에 서명하면서 ‘무역전쟁’이 현실화했다. 결국 우리 정부로선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줄곧 변죽만 울리다 강펀치를 맞은 처지가 됐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독특한 ‘독불장군식’ 통상외교가 한계를 노출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9일 산업부에 따르면 김 본부장은 이달 초부터 수차례 미국에 머물며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장 등 행정부와 의회 인사를 대상으로 아웃리치에 전념해 왔다. 아웃리치는 현지 정책담당자 또는 이해당사자들과 접촉해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우회적 외교기법으로 통한다. 김 본부장은 미행정부 외곽을 돌며 우리나라를 규제조치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해 온 것이다.
김 본부장은 국회 현안질의에서도 아웃리치를 유독 강조했다. 미국을 드나들며 한국 기업이 현지 투자를 통해 미 경제에 기여하고 있으며, 한국산 철강이 미국의 안보와 경제에 전혀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캐나다와 멕시코와는 전혀 딴판으로 한국산 철강ㆍ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명령이 서명되는 결과를 낳으면서 전략적 실패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특히 이번 명령으로 향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도 우리 정부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 확실시 된다.
미국은 이번 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대상국인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적용을 보류하는 등 ‘관세 폭탄’을 FTA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드러냈다. 따라서 개정협상 중인 한미 FTA에 관세 폭탄을 압박 수단으로 연계 작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김현종 본부장의 개인기에 의존한 아웃리치의 문제점을 그동안 지적해 왔다. 인맥 부족과 정보 부재가 계속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충고가 주를 이뤘다. 예컨데 김 본부장이 그동안 공을 들였던 게리 콘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사임이다. 콘 위원장은 관세 부과를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백악관 내부 갈등으로 인해 사임했다는 시각이 절대적이다. 콘 위원장은 관세 조치가 경제 성장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반대했다.
통상당국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말이 통하는 콘 위원장에게 공을 많이 들여온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콘 위원장은 김 본부장이 현지에서 휴대전화로 즉석에서 의견 교환이 가능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의 한미 통상 전략이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통상전문가는 “개인플레이에 능하면 장점도 있지만 예측이 불가능한 트럼프발 통상압력에서는 개인기보다는 통상ㆍ외교ㆍ산업ㆍ국방 등 정부부처를 비롯한 기업, 대내외 조력자(싱크탱크) 등이 한몸처럼 움직이면서 전략과 전술을 짜내야한다”고 조언했다.
배문숙 기자/oskymoon@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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