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 ‘갑중의 갑’, 선수는 ‘을’관계 운동만 바라보는 아이들 ‘외길인생’ 내부고발 ‘용기’내기 어려워
“코치들과 학부모 아이들 사이는 철저한 갑을 관계다. 아이들이 코치로부터 인신공격성 발언을 듣고 와도 그냥 참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내 중학교 축구부에서 선수로 뛰고 있는 14세 아들을 둔 학부모 박모씨(46)의 말이다. 박 씨는 헤럴드경제에 “이들이 상처를 받고 오면 가슴이 찢어지지만 코치의 언행중에 교육적 측면을 강조하며 아이를 위로 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미성년자였던 때부터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심석희는 초등학교때부터 조 전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당했다고 호소했고, 결국에는 성폭행 피해사실까지 폭로했다. 국가대표를 꿈꾸는 아이를 둔 부모들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여기고 있지만 현실 앞에 무기력할 수 밖에 없다.
폭로와 고발에 따른 보복 위협, 코치와 선수간 절대적인 상명하복의 수직관계, 운동만 바라보는 아이들의 외길인생 등이 얽히면서 철옹성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선수와 학부모들은 무기력해진다. 학부모 박 씨는 “코치와 감독들이 선수선발권을 가지고 있다”며 “다 얽혀 있어서 팀을 옮기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일 성명서를 통해 “성폭력 피해선수가 더 있다”고 밝힌 ‘젊은 빙상인 연대’는 “모든 적폐를 일단 덮고 보자는 식으로 ‘적폐 보호’에만 급급한 대한체육회 수뇌부 아래에선 오히려 고발이 선수들에 대한 2차 피해와 보복으로 돌아올 게 분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피해 선수들의 철저한 보호가 전제되면, 피해사실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용기를 낸 피해자만 ‘손해’인 구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실제로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한체육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여 동안 체육계 관계단체와 스포츠공정위에서 징계를 받은 860건 가운데 징계기간에 복직하거나 재취업한 사례는 24건으로 집계됐다. 징계 뒤 복직하거나 재취업한 사례는 299건으로 나타났다.
선수와 코치간에 형성된 상명하복식의 수직관계도 유사 사건들이 반복 될 수밖에 없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심석희의 경우 7살때 부터 조 전 코치에게 맡겨졌고 폭로 직전까지 조 전 코치에게 지도를 받았다. 심석희의 선수생활을 좌우하는 조 전 코치는 심석희에겐 절대적인 존재였다.
최승옥 대경대학교 스포츠건강학과 교수는 “도제식 교육을 받는 선수들의 경우 지도자한테 의지를 많이 하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다”며 “지도자의 말을 따르지 않는 게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선수들 대부분이 스포츠인이라는 외길 인생을 걸어야 가야 하는 것도 피해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원인이 된다. 대부분 체육 선수들은 학업을 포기하고 훈련에만 전념한다. 운동을 포기하는 순간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에서 다시 학업을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인식이 결국 선수들을 훈련에 붙잡아 두는 족쇄 역할을 하게 된다. 또 선수들의 경우 선수생활이 끝나도 지도자로 남거나 관련 단체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래의 직장을 포기할 용기를 내지 않고선 내부고발이라는 ‘용기’를 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심석희는 피해를 입었어도 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4년이란 시간이 걸린 것”이라며 “특히 성폭력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폭로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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