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년 12월 17일 미국 키티호크 해변에서 세계 최초로 실질적인 비행에 성공한 사람이 라이트형제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세계 최초의 비행기 정비사는 누구일까? 정답은 미국 공군박물관에 최초의 비행기 정비사로 기록되어 있는 ‘찰스 E 테일러’(Charles E. Taylor). 그는 라이트형제와 함께 최초의 동력 엔진 비행기 ‘플라이어호’를 만드는 데 공헌했고, 첫 비행이 성공한 이후에도 비행체와 엔진에 대한 제작과 정비를 맡았다.

찰스 E 테일러의 엔진 제작과 정비기술이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발명에 큰 영향을 미쳤듯 오늘날 항공 정비는 항공 산업의 바탕이자 성장의 기반이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항공 산업은 운송 등 특정 분야에 치우쳐 성장해왔다. 세계 7위의 항공운송대국이며 세계공항서비스평가에서 1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공항이 있을 만큼 공항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지만, 항공정비 산업은 함께 성장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민간 항공기 정비 수요는 연간 2조3000억 원으로 세계 13위 규모이며 매년 4% 이상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중 매년 절반 이상의 항공기 정비물량을 해외업체에 맡기고 있어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시각을 세계로 넓히면 항공기 대수가 2036년까지 현재의 약 2배인 4만6900여 대로 증가해 항공정비시장은 더 큰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늘어날 수요만큼이나 항공정비 산업은 수출 유망업종이자 우리나라 항공 분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해외 외주 수리의 신속한 국내 전환에 나섰다. 먼저 정부 주도로 항공정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5년 ‘항공정비산업 육성방안’을 마련해 추진해 왔다. 그 결과 국내 항공정비업체에 대한 외국인 지분참여 제한 폐지 등 투자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다. 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엔진부품 수리기술을 개발했고 항공기 제동장치 성능시험 인프라도 구축할 수 있었다. 또한, 항공기 수리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 등 산업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달 21일 항공정비전문기업인 ‘한국항공서비스’가 항공기 정비에 착수함으로써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민간항공기 국내 정비시대를 열었다. 오는 2026년까지 항공정비 산업 부문에서만 2만여 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질 것이다. 또한 1조6800억 원의 수입대체효과와 함께 5조4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정비업체가 없어 싱가폴, 몽골, 인도네시아 등 해외로 나가야했던 저비용항공사들은 보다 저렴하게 필요한 정비를 적시에 받을 수 있게 됐다. 국내 항공정비업의 활성화는 관련 부품 산업을 육성으로 이어지는 만큼 항공제조, 운송, 정비에 이르는 국내 항공 산업 생태계 전반의 동반성장 기회도 열린 것이다.

항공정비 산업은 정비용 격납고 등 초기투자 비용이 높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요 확보가 중요하다. 특히 항공기는 세계 어느 곳이라도 24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어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면 세계 각국으로부터 정비수주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시장에서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항공정비 산업이 발달한 미국, 유럽, 싱가폴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정부와 항공업계가 앞으로 계속해서 협력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는 항공정비 산업을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 수 있는 국가 전략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정책추진 로드맵을 올해 안에 마련할 계획이다. 다양한 세제지원은 물론, 정비인력양성, 고부가 창출을 위한 항공기 개조, 부품수리기술개발 지원 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담을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도 국내 항공정비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기를 바란다. 항공사들은 국내 항공정비업체에 물량제공 등을 협조하고, 항공정비업체는 부단한 기술개발과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 항공정비라는 새 날개를 단 우리 항공 산업이 정비와 운송의 양 날개를 활짝 펴고 더 큰 세상으로 비상하길 기대해 본다.

권용복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