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 2000년 이래 최저…1분기 물가상승률, 1965년 이래 최저 OECD 내 0%대 물가, 韓日 등 6개국…남아있는 유류세 인상 변수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1분기 물가상승률이 1965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일본식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곳곳에서 불안한 신호도 나온다. 경기 활력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IMF 외환위기 수준까지 급락했다. 아울러 올 들어 0%대 물가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단 6개 국가뿐이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ㆍ에너지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8% 상승하는데 그쳤다. 2000년 2월 이후 19년 1개월 만에 최저치다. 소비자물가에서 국제유가, 농산물 값 등 예측이 어려운 공급 측 요인을 뺀 근원물가는 수요 측면에서 기조적인 물가 추세를 살펴볼 수 있는 수치다. 문제는 저물가 기조가 일시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근원물가는 지난해 초부터 1%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수준까지 물가가 떨어진 것은 그만큼 경기가 얼어붙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상 물가 목표치인 2.0%에서도 한참 동떨어져 있어 금리 인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공개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도 한 위원은 “근원물가상승률이 장기간 1% 초반에 머무르고 있는 현상은 2018년 이후의 새로운 사건”이라며 “이 현상이 올해 중에도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은 2% 물가상승률 목표제 아래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하는 정책담당자로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일본식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과 경기침체)에 대한 전망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주요국들과 비교해도 물가가 일본과 함께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OECD 자료를 살펴보면 올 들어 0%대 물가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36개 회원국 중 우리를 포함해 총 6개 국가뿐이다. 일본(1월 0.2%ㆍ2월 0.2%)을 비롯해 그리스(1월 0.4%ㆍ2월 0.6%), 아일랜드(1월 0.7%ㆍ2월 0.6%), 포르투갈(1월 0.5%ㆍ2월 0.9%), 스위스(1월 0.6%ㆍ2월 0.6%) 등이다.
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은 주로 수요가 공급보다 감소할 때 나타난다. 물건이 잘 팔리지 않으면 기업들은 물건값을 더 내린다. 가계나 기업 등 경제활동 주체는 물가 하락을 예상해 소비와 투자를 더 미루는 현상이 나타난다. 1990년 이후 일본에서 나타난 ‘잃어버린 20년’의 모습이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분기 물가가 매우 낮게 나와서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수준”이라며 “실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소비가 감소해 경기에 훨씬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수요 위축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침체로 인한 원자제 수요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며 “전반적으로 경기에 힘이 떨어진 상태기 때문에 당분간 저물가 디스인플레이션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유류세 인상 변수가 남아있다. 지난해 11월 6일부터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적용된 유류세 인하가 오는 5월 6일을 기점으로 종료된다. 정부는 이달 내 유류세 인하 기간 연장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게다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경유세를 인상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내수경기가 침체하고 국제유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유류세 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지난해 11월부터 2월까지 국제유가 하락이 지속했고 유류세가 인하한 영향으로 석유류가 (물가 안정에) 가장 기여했다”며 “분석 결과 정부의 유류세 한시 인하 영향은 총 물가지수에 0.3%포인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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