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홍성원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제69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우회적으로 거론해 일본 정부를 압박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었다.
한국의 전ㆍ현직 대통령 가운데 우회적이나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한 것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대한민국이 분쟁지역에서 고난을 겪고 있는 여성과 아동들의 인도주의적 피해를 방지하는 데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어느 시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 분명히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또 “이런 취지에서 작년 2월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분쟁하 민간인 보호에 대한 고위급 공개토의’를 개최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시켰고 ‘분쟁하 성폭력 방지 이니셔티브’의 대표국가로도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자제했지만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반인도적 행위’라는 점을 명확히 지적함으로써 일본 정부에 대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유엔 데뷔무대에서 민감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한 것은 정상회담도 하지 못할 정도로 한ㆍ일 관계가 악화한 이유가 일본 정부의 역사 도발에 따른 것임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수위 조절을 위해 고민한 흔적도 엿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친서를 보내 올 가을 한ㆍ일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하고 양국 정부의 고위급 채널이 가동되는 등 관계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진행되는 점을 감안해 일본 정부를 자극할 만한 직접적 표현은 자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앞서 아베 총리로부터 정상회담을 제안받고 “과거 한ㆍ일간 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양국관계가 잘 풀리기 보다 오히려 후퇴하는 상황도 있었음을 교훈으로 삼아 사전에 잘 준비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55분 밖에 남아있지 않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신 동안 명예를 회복시켜 한일관계가 잘 발전될 수 있도록 모리(요시로) 전 총리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ㆍ일 관계 정상화를 겨냥한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의 성의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한편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기간 아베 총리와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오후 유엔총회 회의장에서 박 대통령이 주재한 유엔기후정상회의 기후재정 세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두 정상이 어떤 형태로든 만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베 총리의 불참으로 불발됐다. 또 아베 총리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25일로 예정돼 있어 총회장에서 박 대통령과의 조우도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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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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