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차세대 노광장비 High NA EUV 투자 검토

대당 5000억원…기존 EUV 장비보다 성능·안정성 개선

삼성, 단순 장비구매 넘어 기술개발 선제투자 반도체 패권 장악 포석

ASML과 전략적 협력지속…TSMC 넘을 승부수될지 관심

삼성전자와 ASML 수뇌부가 지난주 한국에서 재회했다.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은 지 한 달 여 만이다. 사진은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한 이 부회장이 피터 버닝크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CTO 등과 현장을 둘러보며 '엄지척'을 표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ASML 수뇌부가 지난주 한국에서 재회했다.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은 지 한 달 여 만이다. 사진은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한 이 부회장이 피터 버닝크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CTO 등과 현장을 둘러보며 '엄지척'을 표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ASML의 ‘High NA(Numerical Aperture·고개구수) 장비 개발에 전격적으로 투자 검토에 나선 것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글로벌 1위 기업 TSMC와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기존 극자외선(EUV) 장비 주문과 인도를 빠르게 진행하는 동시에, 차세대 첨단 장비 개발에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0월 ASML을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연내 EUV 장비 9대를 조기 출하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ASML은 삼성전자용 EUV 장비를 한국에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10월21일자 ‘ASML에 EUV 조기출하 요청’ 관련기사 참조

이어 삼성전자가 지난주 ASML과 차세대 EUV 장비 개발 투자를 논의에 돌입함에 따라 이미 완성된 장비 구매 차원을 넘어 첨단 기술에 ASML과 공동으로 선제 대응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삼성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High NA EUV 장비는 기존 EUV장비의 NA(개구수)를 0.33에서 0.55로 업그레이드한 장비다. NA 수치가 높으면 해상력이 증가한다. NA를 높일수록 회로를 머금은 빛이 더욱 선명해지고, 반도체 초미세화를 구현할 수 있다.

안진호 한양대 교수(신소재공학부)는 “High NA 노광장비는더 작은 반도체 소자를 만들 수 있고 멀티플 패터닝을 사용하면 기술적으로 1나노까지 초미세화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 개발에 나선 High NA 장비가 수년내 본격 양산될 경우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빨리 장비를 공급받고,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ASML은 2023년 중반 High-NA 기술을 구현한 장비 시제품을 공개하고, 2025년 중반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SML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구현을 위해 EUV 기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2000년대부터 ASML과 초미세 반도체 공정 기술 및 장비 개발을 위해 협력해 왔다. 2012년에는 ASML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3%)를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했으며 2016년 절반을 매각하고 현재 1.5%를 보유 중이다.

ASML과의 협력은 이 부회장이 손수 챙기는 분야이기도 하다.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전 세계 반도체 제조사에 EUV 장비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ASML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부회장은 지난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CTO 등을 만나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11월에도 삼성전자를 방문한 버닝크 CEO 등 ASML 경영진을 만났으며 2019년 2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견을 나눈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차세대 노광기 투자에 나서면 향후 4차 산업혁명 시대 앞선 기술로 고성능 반도체 생산을 원하는 고객사에 선진 기술력 선점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