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이름은 장미(은희경 지음, 문학동네)=나를 둘러싼 현실이 답답하고 막막할 때 흔히 다른 곳을 꿈꾼다. 낯선 공간에서 여행자로 떠돌거나 혹은 익명으로 살기를 시도하면서 현실의 나로부터 멀어지고자 한다. 이런 거리두기는 적당한 자유와 느슨한 관계 속에서 독특하게 기능하는데, 낯선 곳에선 타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는 점이다. 은희경의 일곱번째 소설집 ‘장미의 이름은 장미’는 말과 일과 관계에 지쳐 떠나온 자들의 뉴욕 이야기다. 작가가 ‘중국식 룰렛’ 이후 6년 만에 펴낸 이번 소설집에는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한 표제작 ‘장미 이름은 장미’를 포함,네 편의 연작소설이 실렸다.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는 야근과 휴일 근무를 밥 먹듯 하면서도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 직장에 순응하며 지내온 승아가 뉴욕에 사는 친구 집을 열흘간 방문하면서 벌어진 이야기다. 둘의 시간을 각자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작품은 의도와 달리 쉽게 어긋나는 관계의 틈들을 예각적으로 보여준다.‘장미의 이름은 장미’는 이혼을 하고 뉴욕으로 떠난 마흔여섯의 수진이 어학원에서 세네갈 대학생 마마두를 만나 함께 배우며 소통하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린 작품, 성별도 국적도 나이도 다르지만 서로 외국어인 영어를 통해 짧게 소통해 나가며 어설픈 관계를 형성해나간다.수진은 한국에서와 달리 짧고 명쾌한 말로 소통하는데 묘한 해방감을 느끼는데, 둘은 어느 날 모처럼 학교 밖 샌드위치 가게에서 점심을 함께하기로 하지만 더위와 북적이는 사람들 때문에 엉망이 되고 만다. 소설 속 인물들은 다른 나를 찾기 위해 떠나왔지만 새로운 관계 속에서 다시 흔들린다. 그런 삐걱임림과 어긋남 속에서 아름다움을 감각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낸다는 점에서 은희경식 발랄함이 있다.
▶자동화와 노동의 미래(아론 베나나브 지음, 윤종은 옮김,책세상)=AI가 일자리를 파괴할까?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면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으로 생활 곳곳이 무인자동화하고 있는 현재, 가장 뜨거운 질문 중 하나다. 미국의 경제사학자 아론 베나나브는 기술발전이 일자리를 없앤다는 통념을 무너뜨린다.저자는 경제적 위기때마다 등장하는 자동화 담론의 역사를 소개하며, GDP, 생산성, 산출량, 고용 등의 통계 지표를 그동안 자동화 이론가들이 간과한 점을 지적한다. 즉 급격한 기술변화가 일자리를 파괴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일자리 감소의 핵심 원인은 과잉 생산과 탈공업화 현상이다. 특히 고용 증가세와 경제 성장의 동력이었던 제조업의 과잉 생산과 잇따른 탈공업화가 현재의 불황을 야기시켰다는 주장이다.즉 서비스업의 증가가 일자리 생태계를 위협하는 고용 불안을 늘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새로운 경제 형태로 각광받아온 긱 경제와 미니잡이 있다. 미래 노동 사회에 대한 저자의 비전은 자동화 이론가들과 다르다. 후자가 로봇이나 AI에게 노동을 넘기고, 인간은 기본소득을 받아 생활하는 노동 해방을 꿈꾼다면, 저자는 일의 필요성을 강조한다.저마다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사회, '탈희소성 사회'를 꿈꾼다.책은 새로운 노동형태의 출현 속에서 미래형 노동에 대한 고민과 비전을 담았다.
▶탄허학 연구(문광스님, 조계종출판사)=한국학의 새로운 관점에서 탄허스님의 사상을 조명한 연구서. 제1호 탄허학 박사인 문광스님이 2013년 탄허 스님 탄신 백주년과 입적 30주기를 맞아 발표한 논문을 비롯, 이후 연구 내용을 함께 수록했다. 문광스님은 한류의 뿌리가 되는 한국인의 사상과 정신을 탄허사상에서 찾는다. 전통적인 유불선 삼교와 기독교 서양사상까지 융합하고 나아가 수행과 교육까지 총망라한 한국학의 학종이야말로 탄허스님이라는 평가다. 저자는 이제 탄허학 연구는 시작일 뿐이라며, 탄허스님을 바로 보기 위해서는 모든 스마트 시대의 복잡다기한 양상들을 화엄학과 정역학의 소통, 동양학과 서양 과학의 회통 등을 포함하여 총체적으로 설명하는 데 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기상이변, 기후 재앙, 지질과 지축의 변화까지도 역학적으로 해석해 낼 수 있을 만한 실력을 갖춘 연구자들이 많이 배출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책에는 탄허 스님의 입적 직전의 사진을 비롯, 당대 큰 스님들과 함께 한 사진 10여점을 실었다. 이 중엔 최초로 공개되는 희귀 자료도 포함돼 있다. 또한 남아있는 탄허스님의 묵적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출가 전 20세 때 쓴 ‘간산필첩’의 탈초와 역주도 처음 게재했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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