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산불 82%도 부주의로 발생

경찰, 최초 발화지점 지난 차량 정보 확인

담뱃불로 인한 실화 조사 본격화될 듯

변덕스런 바람 탓에 주불 진화 5일째 난항

“작은 불씨도 제거해야…시간 걸릴 듯”

8일 강원 동해시 백복령 아래에서 산림청 진화 헬기가 송전탑이 즐비하고 희뿌연 연기가 가득한 속에서 집중적인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
8일 강원 동해시 백복령 아래에서 산림청 진화 헬기가 송전탑이 즐비하고 희뿌연 연기가 가득한 속에서 집중적인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경북 울진군에서 시작된 동해안 산불이 8일로 5일째에 접어들면서 담뱃불로 인한 ‘실화’ 가능성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연초부터 인재(人災)성 산불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8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3월 6일까지 발생한 산불은 총 293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산불 건수(458건)의 64.0%에 달하는 산불이 이미 발생한 것이다. 이 추세라면 2020년(767건)부터 이어진 산불 감소세도 3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산불 발생 요인 중 77.5%(227건)는 담뱃불 등 사람의 ‘부주의’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원인 미상 52건 ▷전기적 요인 6건 ▷기타 4건 ▷방화 의심 2건 순이었다.

부주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보면, 담배꽁초가 72건으로 가장 많았다. 불씨·불꽃·화원 방치는 56건이었고, 쓰레기 소각은 50건으로 조사됐다. 논·임야 태우기(17건), 용접·절단·연마(7건) 등 산 주변 작업에서 튄 불씨가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만의 일은 아니었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발생한 산불 4690건 가운데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3871건으로 전체의 82.5%에 달했다. 이 가운데 담배꽁초는 1279건으로 33.0%를 차지했다.

지난 4일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도 차량 운전자가 버린 담뱃불로 인한 실화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울진군 특별사법경찰관은 최초 불화 지점을 지나간 차량 4대의 정보를 경찰로부터 넘겨받고, 조만간 운전자에 대해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산불은 거의 실화에 의해 발생하고 자연 발화는 드물다. 2005년 낙산사를 소실시킨 산불도 담뱃불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산림 당국은 주불 진화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지만, 수시로 바뀌는 바람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산불 피해 면적은 전날 오후 6시 기준 2만1765㏊로, 서울 면적의 3분의 1을 넘었다.

박 교수는 “건조한 기후와 바람 등 산불 조기 진화를 가르는 2가지 조건이 모두 어려운 여건”이라며 “건조한 상태에서는 작은 불씨가 큰 불로 이어질 수 있어 불씨 하나하나 제거해야 하는데 산이 험준해 접근이 힘들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봄철이 본격 도래하면 입산객 증가에 따른 산불 위험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2020년 박경진 인제대 재난관리학과 겸임교수 등이 한국산업융합학회 학회지에 게재한 논문 ‘산림과 산림시설물 산불 피해 예방에 관한 고찰’의 분석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봄철인 2~5월에 전체 산불의 70%가 발생했으며, 4월 한 달간 산화에 의한 훼손 면적은 2997.87㏊로, 전체 임야 소실 면적의 92%에 달했다.


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