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만의 서울 콘서트…국내외 아미 집결
표 못 구해도 열기와 소리 들으러 공연장행
“방탄소년단 만나 삶도 변화…얼굴 못봐도 괜찮아”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방탄소년단을 만나고 나를 사랑하게 됐어요.” (BTS 일본팬 후루세 히나)
국적도, 나이도 방탄소년단(BTS)의 팬이 되는 데에는 장애가 되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로 불리는 ‘아미(ARMY)’라는 이름으로 묶인 팬들은 방탄소년단과 만난 이후 삶의 변화와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동안 방탄소년단이 노래를 통해 전한 메시지가 이들에게 고스란히 가 닿았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비롯해 인근 롯데백화점까지 이어지는 잠실 일대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진풍경이 연출됐다. 주경기장을 향하는 지하철역, 방탄소년단의 공식 굿즈(상품)를 판매하는 롯데백화점 잠실점 등은 오랜만에 인파가 몰렸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오후 1시 무렵엔 수백 명이 긴 줄을 늘어서 인근 직장인이나 오가는 시민을 놀라게 했다. 2년 반 만에 열리는 방탄소년단의 서울 대면 콘서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가 빚어낸 장관이었다.
주경기장은 공연 시작 서너 시간 전부터 아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많은 팬들이 방탄소년단의 상징힌 보라색 옷을 입었고, 필수 응원 도구인 ‘아미 밤(응원봉)’을 들고 있었다. 눈에 띄는 피켓도 있었다. 공연장을 찾은 대다수의 팬들이 슈가의 본명이 적힌 ‘윤기’ 피켓을 들고 있었다.
이날 주경기장에서 만난 프랑스인 와르다(WARDA, 25) 씨는 “어제가 슈가 생일이어서 이벤트 차원에서 팬들이 직접 준비했다”고 귀띔했다.
오랜만에 열리는 서울 콘서트는 이른바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 전쟁’이었다. 방탄소년단의 데뷔 때부터 팬이라는 김유진(24) 씨는 “이번엔 티켓 예약이 너무 힘들었다. 운이 좋게 성공해서 올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피켓팅’ 앞에선 나이도 없었다. 박찬희(51) 씨는 “친구들과 함께 오려고 전략적으로 여러 명이 접속해 각자 티켓 예약을 시도했다”며 “아쉽게 모두 함께 오진 못했지만 이렇게 직접 공연을 볼 수 있어 설렌다”고 말했다.
공연 티켓 예매엔 성공하지 못했지만, 오랜만의 대면 공연과 공연장의 열기를 느끼고 싶어 현장으로 달려온 팬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티켓 구매에 실패한 해외팬들이 상당히 많았다. 6개월 전 코로나를 뚫고 숭실대학교로 유학 온 다카다 아스카(22) 씨는 “티켓 예매에 성공하지 못해 공연을 보지 못하지만 친구들과 밖에서 노래라도 듣고 싶어 주경기장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함께 온 후루세 히나(20) 씨는 “집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을 볼 수도 있었지만, 온라인 공연을 보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소리를 듣는 것은 느낌이 너무나 다르고, 큰 차이가 있다”며 “얼굴은 보지 못하지만 곧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괜찮다”며 활짝 웃었다.
국내외 아미들이 공연을 직접 보든, 보지 못하든 갖은 수고로움과 초미세먼지, 코로나19의 위협을 뚫고 현장을 직접 온 것은 방탄소년단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아미들은 “방탄소년단의 어떤 점이 좋냐”는 질문에 한결 같이 “음악의 메시지와 인성”이라고 말했고, “방탄소년단을 만난 이후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와르다 씨는 “2015년부터 방탄소년단의 팬이 됐다”며 “지금까지 방탄소년단이 등장한 모든 영상들을 통해 이들의 음악과 이야기를 들었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한결같은 성품이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다”라고 말했다.
후루세 히나 씨는 “방탄소년단이 들려주는 음악의 메시지에 깊이 공감이 된다”며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들으며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찬희 씨 역시 “이전에는 아이돌 그룹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가사가 너무 좋고 들을 때마다 위로가 된다”며 “나이를 떠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유학 와 세종대학교에 재학 중인 모모카(28) 씨는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듣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됐다”며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앤서 : 러브 마이 셀프(Answer : Love Myself)’를 꼽았다. 이 곡은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하자, 니가 내린 잣대들은 너에게 더 엄격하단 걸, 니 삶 속의 굵은 나이테, 그 또한 너의 일부 너이기게 이제는 나 자신을 용서하자”라는 내용의 가사가 담겨있다.
공연 입장이 시작된 오후 6시 이후 주경기장 앞 곳곳의 벤치와 바닥엔 아미들이 앉아 있었다. 후루세 히나 씨는 “오늘 공연이 마칠 때까지 여기에서 함께 음악을 들으며 응원할 것”이라며 “조금 춥지만 이렇게라도 분위기를 느끼고, 방탄소년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와르다 씨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자신을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원하는 곳을 향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나도 그렇게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이곳에서 나의 방식으로 응원하고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는 12~13일에도 이어진다. 12일 공연은 영화관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라이브 뷰잉’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마지막 날인 13일에는 오프라인 공연과 함께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이 진행된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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