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8일까지 건설현장 사망자 39명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명 증가

이후 발생한 사망 사고 더하면 40명 초과

“사고 예방보다 처벌 회피 움직임 더 늘어”

지난달 23일 제주 제주시 제주대 기숙사 신축 공사 현장에서 기존 건물 철거 작업 중 굴삭기가 떨어진 구조물에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굴착기 기사 1명이 사망했다. 사고 당시 모습. [연합]
지난달 23일 제주 제주시 제주대 기숙사 신축 공사 현장에서 기존 건물 철거 작업 중 굴삭기가 떨어진 구조물에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굴착기 기사 1명이 사망했다. 사고 당시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올 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이 시행돼 약 50일이 지났지만, 이달 초까지 건설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현장 관리자들이 안전 장비와 교육 등 사고 예방을 위한 대비보다 중대재해법으로 인한 처벌을 피하기에 급급한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지만 국내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사망 건수는 오히려 늘었다. 중대재해법 시행 48일째인 15일 헤럴드경제가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올해 건설현장 사망자·부상자(이달 8일까지)는 각각 39명과 604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사망자와 부상자가 각각 30명, 716명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올해 사망자는 지난해보다 9명 증가한 셈이다.

하지만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최근 사망사고를 감안했을 때 건설 노동자의 사망 건수는 40건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9~13일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4건을 더하면 올해 사망한 건설 노동자들은 총 43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9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모텔 리모델링 공사현장에서도 60대 굴착기(굴삭기) 기사 1명이 숨졌고, 같은 날 오전 고양시 덕양구 지축역 인근의 한 상가 신축 공사현장에서 근로자가 떨어지는 철근에 머리를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달 12일에는 경남 창원시의 한 공사장에선 한 70대 근로자가 8.8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같은 달 13일에는 30대 건설 노동자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현장에서 갑자기 구른 100㎏짜리 전선 드럼에 맞아 사망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대재해법 시행에도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건설노조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공사 현장에서 건설 노동자들의 안전보단 처벌 규정을 피하려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공사 현장에서 예방적인 방향에 초점을 맞춘다면 중대재해법은 상대적으로 기업 경영진이 대상이라 책임자에 대한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때문에)예방 소지가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사에서 위험 요인이 있는 지 파악해 미리 개선하는 위험성 평가나 안전 회의가 형식적인 절차를 넘어 실질적으로 이뤄져 건설 현장의 안전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재중 건설노조 노동안전부장 역시 “여전히 건설현장에서 노후화된 장비, 안전 장비 설비 부족, 충분한 공사 기간 확보 부족 등이 상존헌 상황에서 사고가 터졌을 때 경영 책임자들이 중대재해법에서 규정한 처벌을 피하기 위한 쪽으로 신경을 더 쓰고 있다”며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직후 ‘1호 처벌’을 피하기 위해 1주일 이상 공사를 중단한 현장이 많았던 것이 한 사례였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이 시행 초기라 어떻게 적용되는 지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때문에)기업들이 건설 현장에서 안전 시스템이나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는 것을 우선시하기보단 법의 적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