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코트 오디토리엄에서 물가 상승에 대한 행정부의 대책을 언급하고 있다. [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코트 오디토리엄에서 물가 상승에 대한 행정부의 대책을 언급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기록적인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에서 생계유지를 위해 피를 뽑아 파는 사람들이 최근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신문은 치솟는 미국의 물가상승률 때문에 혈장 헌혈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전했다. 혈장 헌혈은 신체에서 혈액을 빼낸 다음 기계를 통해 피를 혈구와 혈장으로 분리해 혈장만 채혈하고 나머지는 다시 몸으로 주입하는 헌혈 방식이다.

뉴올리언스 슬리델에 사는 특수교육 교사 크리스티나 실(41)은 자신의 혈장 ‘기부’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인근 의료기관을 찾는다. 혈장은 혈액 속에서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 등을 제외한 액체 성분으로 치료에 쓰인다.

기부라고 하지만 사실은 피를 팔기 위해서다. 한 달에 두 번씩 꼬박 가면 400~500달러(50만4000~63만5000원)를 벌 수 있다. 헌혈센터에는 ‘4번 가면 20달러, 친구를 소개하면 50달러를 보너스로 더 준다’는 문구도 적혀 있다.

실은 15살 아들과 12살 딸을 둔 ‘싱글맘’이다. 연봉은 약 5만4000달러. 물가가 오르기 전에는 월세와 자동차 비용을 내고, 아이 둘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9월부터 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실은 “식비가 매주 150달러에서 200달러가 됐고, 40달러던 자동차 기름값은 70달러가 됐다. 150달러였던 공과금은 300달러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오르면서 연말이 되자 빚은 약 1만 달러까지 늘어났다. 실은 “지원할 수 있는 모든 정부 프로그램에 지원했었지만 다 떨어졌다”며 “미국에는 나 같은 중산층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다”고 말했다.

실의 이야기는 중국 작가 위화가 쓴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연상하게 한다. 이 소설은 주인공 허삼관이 가족을 위해 피를 팔아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인생을 그렸다. 중국의 1950~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속 ‘매혈’이 아이러니하게도 2023년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