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질병관리본부(현 질병청)는 필수백신인 4~6세 아동 대상 소아마비 백신 추가접종을 이듬해 2월로 연기했다. 아동들이 5개월여 소아마비 위험에 노출돼 있었던 것.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소아마비가 대유행하면서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던 탓이다. 소아마비, 장티푸스, A형간염 등 주요 국가필수예방접종 백신은 국내에서 제조된다. 하지만 백신 원액은 수입에 의존한다.
코로나19는 이제 엔데믹(풍토병)으로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신속한 백신개발과 생산이 국가적 과제임을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일깨웠다.
국내 백신개발은 제조인프라 확보의 어려움, 일관화된 지원체계 부족, 행정편의적 규제체계 등으로 인해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호소가 많다. 코로나19 백신도 선진국에 비해 개발이 늦어져 이제야 상용화를 앞뒀다. 소 잃고 외양간 만든 셈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한데 mRNA 백신기술은 아직 소식이 없다. 이를 미완의 과제로 남겨선 안 된다.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되더라도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계절독감처럼 매년 백신을 접종해야 할 개연성이 크다. 백신물량 확보, 백신 국산화는 필수란 뜻이다.
다양한 백신 생산기술 및 개발역량 확보, 백신주권 실현은 국가적 과제다. 이같은 필수적 백신을 수입에 의존하는 경우는 보건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
지난달 12일 열린 ‘2022년 바이오코리아’에서도 같은 진단이 이어졌다. 많은 전문가들이 백신 국산화의 중요성과 시급성에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백신 외에도 필수접종 백신의 자급화, 나아가 백신산업의 육성이 강조됐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국회 보건복지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필수접종 백신 자급률은 2021년 기준 27%에 그쳤다. 필수접종 백신 22종 중 국내 제조사가 원액부터 완제품까지 만드는 백신은 6종에 불과하다. 그 중 인유두종바이러스(HPV), 폐렴구균 등 10종은 전량 완제품을 수입한다.
반도체와 같이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항시 노출돼 있다. 해외 제조사의 생산이슈와 고비용 문제에 시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필수접종 백신이 아니어도 정부가 접종을 권고하는 주요백신도 수입 의존이 허다하다. 자궁경부암HPV 백신의 경우 70%를 미국 MSD에서 공급받는다. MSD의 제품이 가장 많은 HPV 유형을 예방하는 유일한 제품인 때문이다. 이 회사는 최근 2년간 백신가격을 25% 올렸다.
이처럼 백신주권 부재는 백신접종이 어려운 상황과 막대한 비용부담을 초래한다. 백신주권이 확보되면 여러 이점을 안겨준다. 비용부담이 해소되고, 저개발국에 대한 백신원조나 유리한 백신외교도 가능케 한다.
세계 백신시장 규모는 약 75조원, 국내는 이의 1%도 안 되는 7000억원에 불과하다. 국내 백신시장의 부진은 낮은 공급가격, 관행적 규제체계 등 정부의 지원정책 부족이 그 이유로 꼽힌다. 백신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하고도 일관된 지원이 필수적이다. 다양한 백신개발은 기업에도 이익이지만 공공의 이익으로 이어진다.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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