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홍보 현수막 1281㎞
12만 8000여매, 서울~도쿄 가는 거리
에코백·마대 활용에도…재활용 제각각
지난 5월 현수막 재활용률 24.5%
“재활용업체, 지자체별 상황 다 달라”
“시대 맞는 홍보·친환경 홍보물 지원도”
“농촌 멀칭·신발 주머니 활용 등 찾아야”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권제인 수습기자] 선거는 현수막을 남긴다. 골목, 거리, 벽 구석구석에 붙은 현수막 일부는 재활용되지만 제활용률은 사실상 제각각인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등 달라진 정보 전달 방식을 고려해 시대에 적합한 선거 홍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헤럴드경제가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대선 관련 1110t의 현수막 중 재활용된 현수막은 272.6t으로 24.5%에 불과했다. 4장 중 1장도 온전히 재활용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사용된 현수막 중 절반에 가까운 560.8t은 불태워졌다.
‘20대 대선 선거용 현수막 발생량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재활용률이 높은 상위 3개 지자체는 ▷울산 70.5% ▷대구 47.7% ▷경남 45.5%였다. 선거 현수막은 환경 교육 업사이클링 소재로 이용되거나 업체들을 통해 마대와 장바구니 등으로 재활용된다. 반면 광주의 재활용률은 3%였다. 광주는 전체 선거 현수막 중 95%(110톤)를 소각, 2톤을 보관했다. 제주도는 내역을 미제출했다.
환경부는 폐현수막의 처리 방법에 따라 재활용량, 소각량, 보관량, 기타 처리된 양을 집계해 재활용률을 파악한다. 환경부는 선거 때마다 현수막 재활용 지침을 세워 지자체에 공지하지만 권고 수준이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탓에 지자제별로 재활용률은 제각각인 상황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21대 총선 때는 전국 기준 1739.2t의 현수막이 발생했고 이 중 23.5%(407.9t)만 재활용됐다. 대전·세종의 경우 총선 현수막을 대부분 소각하거나 보관해 재활용률이 0%였다.
이같은 지역별 재활용률 차이를 환경부도 인지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선거 현수막이 지정 폐기물이 아니다 보니 처리를 강제하기도 어렵고 업사이클 업체들도 전국적인 분포가 다르다 보니 지역별 재활용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선거 현수막은 주기적으로 나오는 품목은 아니기에 수요와 공급량의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6·1 지방선거에서는 12만8000여매, 한 줄로 이으면 1281㎞에 달하는 선거 현수막이 게시됐다. 한 줄로 나열하면 서울에서 도쿄까지 갈 수 있는 거리다. 면적으로는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21배에 달한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이번 지방선거에 이용된 투표용지·공보·벽보·현수막 등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1만8285t에 해당한다고 추산한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선거 때문에 발생하는 오염은 플라스틱 일회용컵 3억5164만개를 사용하는 수준”이라며 “재활용 제품을 실제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제로웨이스트 등 각종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건물 전체에 걸리는 큰 사이즈 현수막은 현황도 제대로 파악이 안 되는 실정”이라며 “결국 공직선거법 개정이 돼야 절대적인 현수막 수에 변화가 생기는데 국회의원들이 이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는 정당·후보들도 있지만 소수에 해당한다. 김혜미 마포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광목천이나 현수막 조각을 모은 어깨띠를 활용하거나 사탕수수 재질 종이를 이용한 명함 등을 활용했다”며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큰 불만이 없었다”고 전했다.
현수막을 활용한 선거 홍보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수막으로 후보를 판단하는 시대는 지났다. 선관위는 최소한으로 홍보하되 후보자 개인이 SNS로 시민과 접점을 찾는 등 현재에 맞는 매체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신청한 사람, 스마트폰 활용이 어려운 디지털 취약계층에 한해 공보물 등을 지급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농촌에서 멀칭(농작물이 자라는 땅을 비닐 등으로 덮는 것) 소재로 쓰거나 아이들 실내화 주머니 등 다양한 활용 방식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친환경 소재를 선거에 활용하는 후보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실정도 언급했다. 윤 교수는 “친환경 소재가 비용이 더 드는 경우가 있다. 득표율이 낮아 보전이 어려운데 선관위가 인증 마크를 주거나 친환경 현수막 비용 차액은 보전해 주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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