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명사는 흔히 ‘화이론’으로 설명된다. 즉 중원(화(華))과 변경(이(夷))으로 나뉘며, 오늘날 일반적으로 말하는 중국사는 ‘화’의 입장에서 쓰인 것이다. 중국인은 자신들을 세계의 중심으로, 나머지는 모두 오랑캐로 인식했다.
동양사학자 김기협씨는 이는 중국 내부에만 주목, “중화제국의 성격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매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중원의 국가와 변경의 오랑캐들이 어떻게 교섭하고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살펴봄으로써 중화문명권 또는 동아시아 문명권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랑캐의 역사’(돌베개)는 오랑캐의 전략적 차원에서 중국과의 관계, 중국문명사를 다룬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중화문명은 기본적으로 농경사회인 데 반해 오랑캐의 영토는 집약적 농경이 이뤄지기 힘든 지역으로 수렵과 채집, 농경이 공존하는 형태였다.
소비가 커가면서 유목사회는 농경국가의 잉여생산력을 흡수하는 전략을 구사하게 되는데, 이는 침략과 교역,약탈 등으로 나타난다. 중원의 국가가 강력할 때 유목사회는 중화제국 안에 편입하는 내경전략을 취하고 중원이 혼란스럽거나 힘이 약해졌을 때는 제국을 침략하는 외경전략을 취했다. 북위, 요, 금, 원, 청은 오랑캐 정복 왕조로 중국을 지배한 경우다.
저자는 이런 의미에서 동아시아 오랑캐를 ‘그림자 제국’으로 부른다. 제국 조직의 유지에 필요한 기초자원을 생산력을 가진 주변의 정치사회로부터 취득하는 걸 말한다. 오랑캐들은 중원의 상황과 역학관계에 따라 중화제국과 지속적 관계를 맺으며 ‘천하체제’를 확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중국은 서양을 ‘양이(洋夷)’, 즉 바다 오랑캐로 여겼는데, 동아시아 오랑처럼 천하체제에서 관리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겼다는 얘기다.
해상무역은 제국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확장되는 시대적 흐름이었으나 명나라는 해금정책으로 이를 막고 전통적인 농경 중심의 닫힌 사회를 지향, 결국 세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못하고 만다.
책은 중국 제국에 편입된 오랑캐 뿐 아니라 한반도와 왜구, 서양까지 아우르며 중국문명사에서 나아가 세계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오랑캐의 역사/김기협 지음/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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