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성작가 최초 수상
젠더문제 이중성 고발한 글쓰기
불법낙태·계급 진실 자전적 탐색
“체험안한 허구 쓴적 한번도 없다”
출판계, 국내 ‘노벨상 효과’ 기대
“우리 여성이 자유와 권력에 있어서 남성과 동등해졌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란에서 히잡 착용을 강요하는 정부에 저항하는 시위대를 지지한다.”
6일 프랑스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82·사진)는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며 “계속 불의와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아니 에르노가 “사적인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억압을 용기와 임상적 예리함을 통해 드러내 왔다”며, “젠더, 언어, 계급적 측면에서 첨예한 불균형으로 점철된 삶을 다각도에서 지속적으로 고찰하며, 길고도 고된 과정을 통해 작품세계를 개척해왔다”고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1940년 9월 1일, 프랑스 릴본에서 태어나 노르망디 이브토에서 성장한 아니 에르노는 루앙 대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중등학교 교사, 대학 교원 등의 자리를 거쳐 문학 교수 자격을 얻었다. 2000년 부터 전업작가의 길로 나아갔다.
‘페미니스트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에르노는 ‘미투’ 운동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그의 삶으로서의 글쓰기를 통해 젠더 문제의 이중성을 고발해왔다.
스무살 때 받은 불법 낙태 수술과 노동자계급 출신으로 겪었던 소외감을 그린 1974년 데뷔작 ‘빈 옷장’은 50년 에르노 문학 여정의 출발점이다. 성과 계급은 그의 평생의 글쓰기 주제였으며, 자전적 글쓰기만이 진실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다고 봤다.
이는 한 개인의 삶이 사회적 조건에 의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사회구조에 대한 자연스런 탐색으로 나아가는데, 두 번째 장편소설인 ‘그들의 말 혹은 침묵’에 이은 ‘얼어붙은 여자’는 여성과 노동자계급이라는 사회적 조건을 냉철하게 들여다보고자 하는 저자의 집요함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삶과 죽음을 그린 ‘남자의 자리’, 사회적 열등감을 딸에게는 물려주려 하지 않은 어머니를 그린 ‘한 여자’, 자신의 출신에서 벗어나고자 고군분투하는 자신의 내면을 그린 ‘부끄러움’ 역시 그 연장선상으로,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객관화하면서 더욱 냉철한 글쓰기를 이어가게 된다.
대표작 중 하나인 ‘사건’은 작가의 ‘임신 중절’의 기록으로, 2021년 베네치아 황금사자상 수상작 ‘레벤느망’ 원작 소설로 유명하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소신을 지켜오고 있는 작가는 2011년 자전 소설과 미발표 일기 등을 수록한 선집 ‘삶을 쓰다’로 생존 작가로서는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됐다.
1984년 ‘남자의 자리’로 르노도상을 수상했으며, 60년에 걸쳐 개인사와 집단의 역사를 그린 ‘세월’로 마르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텔레그람 독자상을 받았다. 2003년 작가 자신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상이 제정됐다.
출판계는 최근 페미니즘 열기와 함께 아니 에르노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모처럼 ‘노벨상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현재 ‘단순한 열정’ ‘세월’ ‘남자의 자리’ ‘빈 옷장’ ‘사건’ 등 다수의 작품이 출간된 상태이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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