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상선 NLL '침범'...양측간 일촉즉발
南 기관총 20발 사격, 北 방사포 10발 발사
우리측 NLL vs 北 '해상군사분계선' 주장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북한 선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백령도 인근까지 침범했다. 우리 해군은 대응사격에 나섰고, 공군전투기가 출격하는 등 엄중한 상황까지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합동참모본부와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북한 선박 '무포호'는 이날 오전 3시 42분께 NLL 이남 3.3㎞까지 침범한 후 북상해 중국 방향으로 우리 해역을 빠져나갔다. 백령도 서북방 27km에 달하는 지점이다.
군은 무포호가 침범 목적을 가지고 NLL을 넘은 것으로 봤다. 무포호는 약 5000t급 선박으로 벌크선 외형을 하고 있으며 군은 식별 장비를 활용해서 해당 선박이 무포호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현재 군은 무포호가 다른 목적을 가진 위장선 역할을 한 것인지, 침범이 우리 군 대응을 유발함으로써 국지도발 등 수위 높은 무력 시위에 나설 명분을 축적하려는 의도인지 등을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양측 간에 생긴 이번 일촉즉발의 상황에는 남북간 다툼의 중심에 서는 NLL이 있다는 지적이다.
▶ '월선(?)' '침범(?)'...무포호는 어떤 배? = 군은 무포호가 NLL을 넘기 전부터 의도를 파악하며 1차 경고통신을 지속했다. 하지만 무포호 침범은 이어졌고, 군은 2차 경고 통신을 시행했다. 무포호는 그런데도 항로를 변경하지 않았다. 군은 M60 기관총을 이용한 경고 사격을 1, 2차에 걸쳐 각 10발씩 총 20발 가했다.
무포호는 NLL 침범 후 38분이 지난 오전 4시 20분께 항로를 북쪽으로 틀었다. 군은 무포호가 NLL 끝단을 통과해 항해하고 있으며 방향 등으로 볼 때 중국 쪽으로 향한 것으로 분석했다.
군은 의도적이지 않은 조난 또는 기관 고장에 따른 경우를 월선, 그 외 의도적인 상황은 침범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 3월 백령도 인근에서 북 선박이 항로 착오로 NLL을 넘었을 당시, 의도성이 없다고 판단해 당시에는 북 선박의 남측행을 '월선'으로 판단했다.
군은 이번 무포호의 침범에는 항로 착오 등 '실수'로 볼만한 요소들이 적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상선이 NLL을 '침범'한 것은 2017년 1월 이후 5년 9개월 만이다.
한편 무포호는 1991년 9월 스커드 미사일을 싣고 시리아로 향하다가 미국·이스라엘 등의 감시에 걸려 미사일을 인도하지 못한 채 귀항한 배와 같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31년 전 무포호와 이번 무포호가 동일한 선박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 일촉즉발의 상황 전개 = 이날 우리 군은 해군 호위함을 포함한 함정 여러 척과 주력 전투기 KF-16, 해병대 병력을 동원해 대응에 나섰다. 그만큼 상황이 긴박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우선 우리 함정이 무포호 1km 거리까지 근접해 경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북측은 '북측 해역에 접근하지 말라'는 취지의 통신을 시행했다. 무포호가 NLL을 침범해 왔음에도 역으로 대한민국 해군이 북측 해역을 침범했다는 통신을 낸 것이다.
이어 오전 5시 14분 께, 황해남도 장산곶 일대에서 북한은 서해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으로 방사포 10발을 발사했다. 무포호가 침범한 NLL 해역과는 제법 거리가 있는 곳이지만, 북측이 경계사격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합참은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 내에 발사한 10발의 방사포 사격을 포착하였으며, 우리 영해에 관측된 낙탄은 없었다"면서도 "북한군이 방사포 사격을 실시한 것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자 도발"이라고 지적했다.
북측은 우리측 함정이 해상분계선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오전 6시 7분께 대변인 명의 발표로 "오늘 새벽 3시 50분경 남조선 괴뢰해군 2함대 소속 호위함이 불명 선박 단속을 구실로 백령도 서북쪽 20㎞ 해상에서 아군 해상 군사분계선을 2.5∼5㎞ 침범해 '경고사격'을 하는 해상 적정이 제기되었다"고 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아군 해상 군사분계선'은 우리측과 국제사회가 설정한 NLL과 다르다. NLL보다 최대 6㎞ 남쪽에 북한이 임의로 설정한 선이다.
군 관계자는 "이러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과 적반하장식 주장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라면서 "우리는 NLL을 기준으로 정상적 조치를 했고, NLL 수호를 위해 우리 군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며 우리는 부한 주장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 '모호한' NLL...남북 갈등 중심에 서다 = NLL은 그동안 육상의 군사분계선처럼 해상의 경계선으로 기능해왔다. 하지만 남북은 정전 협정상의 해석과 국제해양법상의 해석문제 등으로 NLL에 대해서는 첨예한 견해차를 보여왔다.
정전협정 당시 육지에서는 군사분계선(MDL)을 명확히 설정한 반면 서해에서는 해상경계선을 확정하지 못했다.
우리측과 국제사회가 주장하는 NLL은 애초 1953년 8월30일 유엔군사령관이 유엔군과 남측의 해상초계활동 범위를 한정하기 위해 설정한 기준선이다. 북한은 1999년 9월 일방적으로 선포한 '조선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을 내세운다. 이 라인은 NLL보다 훨씬 남쪽으로 내려온다. 서해 5도의 해상을 포함하는 선이다.
남북 간 서해 군사분계선을 둘러싼 입장차로 인해 이 지역은 과거 천안함 폭침을 비롯해 연평도 포격, 서해교전 등 수차례 무력충돌이 빚어졌고 현재까지도 가장 무력충돌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이에 남북은 과거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바꾸기 위한 협의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공동어로수역 지정과 평화수역 조성을 합의하고 이후 국방장관회담과 장성급회담을 열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해서도 평화수역 조성을 논의했으나 양측의 입장차가 커 구체적인 기준을 합의하지 못하고 향후 남북군사공동위 협의로 미뤄둔 상태다.
남북은 9·19 군사분야합의서에서는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군사적 대책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한 바 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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